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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에서 영어를 쫄딱 말아먹었다. 어찌어찌하다 국어교육을 전공했다. 국어를 좋아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의식 중에 최대한 영어를 멀리하는 학과로 마음이 기운 것도 같다. 영어교육, 일어교육 등 외국어 계열 지인들이 어학연수를 떠날 때, "난 내가 원어민인데?" 하며 우스갯소리로 넘겼다. 아르바이트하던 곳에 정직원으로 입사하게 되면서 남들은 다 겪는다는 토익은 시험 접수조차 해 본 적이 없다. 영어를 멀리한 십여 년 간의 이야기다.

 

그렇게 영영 영어 생각은 안 하고 살 줄 알았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영어가 하고 싶어 졌다. 영어를 평가받을 환경에서 떠나니 영어가 눈에 들어왔다. 잘하고 싶어 졌다는 게 아니라 그저, '하고' 싶어 졌다. 정말로 내가 필요한 만큼, 그 수준만큼이면 충분한 영어가 하고 싶어 졌다.

 

궁금한 정보가 국내에는 자료가 별로 없을 때, 영어 단어 몇 개를 조합해 검색했을 때 무수히 많은 페이지를 발견했을 때, 하지만 그것을 읽을 수 없을 때,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아마존에서는 몇 년 전에 출간된 것임을 깨달았을 때... 그럴 때면 영어가 하고 싶어 졌다. 갑자기 전화영어를 시작한 것도 그래서였다.

 

서론이 길었다. 바로 이 책, <영어 독서가 취미입니다>를 이야기하려고 한 것이었다.

 

권대익, 영어 독서가 취미입니다

 

<영어 독서가 취미입니다>에 따르면 영어로 된 콘텐츠는 55퍼센트나 된다고 한다. 한국어는 고작 0.9퍼센트다.

 

영어 독서를 하게 되면 영어가 얼마나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영어에서 나오는 자료 수집의 양이 정말 방대하기 때문입니다. 다음의 표는 전 세계 인터넷 사이트의 콘텐츠 중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인터넷 사이트의 모든 콘텐츠 중 영어로 표시된 페이지가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외 나머지 자료는 각각의 언어로 뿔뿔이 흩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14억 명이 넘는 사용자를 보유한 중국어도 인터넷 자료는 겨우 1.7퍼센트에 불과합니다. 한국어의 비중은 말할 것도 없고요. - 214~215쪽

 

저자의 경우, 영어 독서가 취미가 되면서 영어로 정보를 찾는 일이 편해졌다고 한다. 나의 경우는 선후가 바뀌었다. 오히려 영어로 정보를 찾고 싶어서 영어 독서를 떠올린 경우다.

 

영어 독서를 접하기 전에는 영어의 비중을 떠올릴 때 막연히 크다고만 생각했지, 정보를 지배하고 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우선 영어로 검색할 일이 드물었거든요. 대개 필요한 자료들은 네이버나 구글에서 모을 수 있었고 자동 번역 기술도 점점 발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어 독서를 시작하고, 영어를 쓰는 빈도가 많아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영어로 자료를 찾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중략)

자료 수집 능력이 중요하다는 이유만으로 영어를 배워야 하는 것은 사실 충분한 동기가 될 수 없습니다. 영어로 된 자료를 찾기까지의 유인(즉, 내가 이것을 왜 영어로 찾아야 하는지)을 찾는 것은 더욱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어 독서를 지속하게 된다면 우선 읽기의 거부감이 현저히 줄어듭니다. 그러면 영어로 된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에 매우 익숙해집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모르는 정보를 영어로라도 얻으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 216~217쪽

 

어느 것이 우선이 되었든 저자와 나는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떤 언어로 된 책을 읽든, 책을 읽으며 모든 단어, 구절을 알아야 하고 모든 내용을 해석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같았다. 저자가 말하는 자신의 이해 기준은 70퍼센트 정도. 마음에 드는 구절을 찾거나 글쓴이가 말하는 핵심 내용을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둔다고 한다. 마치 국어로 된 책을 읽듯이 말이다.

 

실패한 독서란 없습니다. 우리가 책읽기를 멈추지만 않는다면 많이 이해했건, 적게 이해했건 우리의 자산으로 모두 남는 것입니다. 다음 책을 위해 우리가 내공을 쏟을 때 다 도움이 되는 것들이에요. - 63쪽

내가 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게 맞는지에 대한 의문과 더불어 또 하나의 고민은 얼마나 이해하면 되는 가일 겁니다. 누구나 책을 읽는다면 더 잘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거예요. 특히나 영어책은 그 바람과 책 읽는 속도가 완전히 비례합니다. (중략) 문제는 우리가 이 중 어디에 속하는 편인지를 아는 것입니다. 그것에 따라 책을 읽는 집중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 149~150쪽

어떻든지 중요한 것은 영어 독서를 지속할 수 있는 자세입니다. 우리가 번역서를 읽고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면 그렇게 해도 전혀 상관 없습니다. 다만 번역서를 읽고 자신의 영어 실력에 대해 좌절을 느낀다면 그땐 달리 생각해봐야 합니다. - 151쪽

 

<영어 독서가 취미입니다>에서는 저자가 어떻게 영어로 된 책을 읽기 시작하게 되었는지, 어떤 책을 읽었는지, 어떤 방법으로 읽었는지, 이럴 때는 어떻게 해결했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옆에서 말해주는 것처럼 친절한 설명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 그래서 다른 언어로 된 책도 읽고 싶은 사람. 그런 사람에게 권할 만한 책이었다.

 

하지만 애초에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겠다. 또한, 영어로 된 책을 100% 이해하고 싶다는 사람, 다시 말하자면 영어 문제집을 풀듯 영어책을 읽고 싶은 사람에게도 맞지 않는다. 영어 독서를 취미로 만들고 싶은 사람, 그런 사람은 이 책을 꼭 봤으면 싶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생각이 잘 드러난 부분이자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을 남긴다.

 

현실에서 사회는 우리의 결과만 보고 판단을 해버립니다. 현실 속 사회는 우리의 지난한 과정들과 그 안에 있었던 희로애락을 결코 인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러한 희로애락을 겪으면서 우리는 분명히 더 나아가고 있습니다. 저의 경우 영어 독서가 취미가 되기 전 수많은 영어 공부의 실패담이 있었습니다. 토익에 울었고, 국제 자격증으로 상처도 받았고, 이상한 대본집만 붙들고 있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 열심히 영어 공부를 했지만 외국인들이 모인 게스트하우스에서 그들이 노는 것을 벙어리처럼 지켜보기만 한 적도 많았습니다.

반면 영어 독서를 통해 영어에 자신감이 생긴 이후 호주에서 세금 환급을 직접 한 것도 저였습니다.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열 집 넘는 집에 노크를 해서 방을 구걸하다시피 한 것도 저였습니다. 현실이 주는 사회는 우리의 실패를 보지 않지만 도전하는 우리는 그것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실패들을 꾸역꾸역 쌓아 어떻게든 결과물을 만들어내려고 한 노력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사회의 평가는 실패를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지 않지만, 우리는 그것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입니다. 성공도 우리 것이지만 실패도 우리의 자산입니다. 온전한 성취도 내가 이룬 것이고, 지독한 실패도 내가 만든 결과입니다. - 240쪽

책 제목 : 영어 독서가 취미입니다
분야 : 자기계발
소분야 : 독서/글쓰기
지은이 : 권대익
출판사 : 반니라이프
쪽수 : 252쪽
출간일 : 2020년 01월 03일 
ISBN : 9791190467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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