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다산북스 리뷰어(북딩 3기) 활동으로 책을 무료로 제공받았음을 미리 밝힙니다.


연애는 하냐, 결혼은 언제 할 거냐. 그런 질문에,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그때야 하겠지만 지금은 결혼 생각이 없어요.” 하고 답했다. 내 답은 항상 같은데도 계속 같은 질문을 해대니, 내 답도 끝내는 짧아져서 “결혼 생각 없어요.”가 되었다. 틀린 말도 아니어서 “비혼주의자냐?”고 다시 물으면, “네.” 하고 말았다.

 

제목에서부터 “네가 한 번 읽어 봐.” 하는 모양새라 덜컥 책을 들었다. 저자는 이제 마흔여섯의 미혼 여성. 비혼을 고집한 건 아니지만 살다 보니 비혼이 된, 어쩌면 십여 년 뒤 내 모습일 것 같은 이였다. 글과 관련된 직업을 가졌다는 점마저도 나와 비슷했다.

 

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

 

저자의 일화 중에, 프리랜서로 일하지만 ‘엄마가 보기에 출퇴근을 하지 않아 사실상 백수’ 취급을 받았는 일화는 내 이야기 같았다. 나도 예전에 프리랜서로 10개월 정도 일한 적이 있다. 엄마는 내가 일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내게 말을 걸거나 집안일을 부탁했다. 한 번은 한창 집중해서 일하고 있는데 방해받아 화를 냈더니, “너는 놀 때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있고 일할 때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니, 엄마가 네가 일하는지 노는지 어떻게 아니?”라고 하셨다. 지금 와 생각해보면, 회사에서도 회의네 뭐네 하며 이리저리 불려 다니는데 그땐 왜 괜히 엄마에게 화를 냈는지 모르겠다. 참 나쁜 딸이지 뭐.

 

저자가 엄마와 함께한 이야기도 꽤 많은데, 특히 다음 내용을 읽으며 엄마의 마음이 전해져 뭉클했다.

 

열심히 일하던 방송국에서 하루아침에 짤리고 상처받은 마음으로 두문불출할 때, 하루는 내가 걱정된 엄마가 반찬을 싸들고 왔다가 마침 내가 외출한 참이라 길이 어긋난 적이 있었다. 나는 그때 엄마가 남겨준 쪽지를 아직도 기억한다.
“네 마음을 아껴줘. 힘내.” - 52쪽

 

궁금했다. 비혼을 정말로 선택해도 될지... 먼저 비혼으로 살아본 인생 선배, 이왕이면 동성인 인생 선배가 필요했다. 내가 정말 비혼으로 산다면 이 문제는 어떻게 하지? 했던 내용도 저자의 글 속에 있었다.

 

하지만 좀 특이한 날도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문득 내가 혼자라는 사실이 뼛속까지 파고들어서 영원히 혼자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잠길 때. 내가 선택하지 않았으나 나에게 와버린 혼자의 삶이 유독 시릴 때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특별한 것을 원하는 건 아니었다. - 217쪽

독거노인이 죽은 채로 방치되다 며칠이나 지난 후에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들을 때마다 예사로 들리지 않았다. 나도 그렇게 늙어 쓸쓸히 죽게 될까 봐. - 221쪽

삶이 무거워 마음이 어두워진 날에는 문득 서러움이 올라온다. 가끔 감기처럼 들고 나는 감정이기는 하지만, 내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뭐 하나 제대로 해놓은 게 없는 것 같은 날에는 구멍 뚫린 타이어처럼 기운이 쑥 빠져버린다. 특히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존재의 이유를 잃어버릴 땐 더 그렇다. - 228쪽

 

뿐만 아니라, 비혼이든 기혼이든 생을 살아가며 느낄 고민도 글 속에 있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보다도 내 마음을 괴롭힌 건, 결혼도, 연애도, 일도, 모두 실패한 인생 같다는 자괴감이었다. 게다가 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하기엔 ‘46’이라는 나이가 어찌나 무겁던지. - 77쪽

남의 떡, 남의 자리가 커 보일수록 내 선택을 잘못된 것으로 확신하게 된다. 남의 자리를 보며 ‘그때 그랬더라면’ 하는 가정은 지금 현재를 부인하며 무시하는 것. 내 삶은 그렇게 간단하게 부인하거나 무시해도 될 만큼 아무것도 아닐까. 몇 번을 생각해도 결코 아니다. - 205~506쪽

 

 

모든 에세이가 그렇듯. 그 속에 답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삶이란 질문에 해답 같은 것이 있을 리도 없고. 그래도 저자가 말해주는 이야기가 위안이 되었다.

 

내가 마흔여섯 살에 이렇게 살 줄 몰랐으니까, 나도 처음 살아보는 마흔여섯이니까 당혹스러운 상황과 감정 앞에서 꽤나 미숙했다. 서러워하고 억울해하며 뭘 어찌 해야 할지 몰라서 우왕좌왕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웃는 날이 더 많아지고, 걱정하는 날이 줄어들면서 괴로운 시간도 다 지나가더라. - 150쪽

스스로 늦었다고 주저앉지 않는 한, 기회는 생각지도 못한 때,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방문한다. 젊을 때보다는 기다리는 시간이 조금 길어지고, 선택의 폭이 적어질 수는 있어도, 일도 인연과 같아서 내 것이 되려면 어떻게든 나에게 온다. 그것이 나에게 왔을 때 어떻게 다루느냐는 전적으로 나의 몫이지만. - 122~123쪽

 

특히 다음 내용은 마음에 담아두고 싶다. 내 장래희망으로도 삼고 싶다.

 

오늘 누군가가 장래희망에 관해 쓴 글을 보았다.
‘장래희망: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초조하지 않은 사람.’
이제 장래희망이 무엇인지 아무도 묻지 않는 나이가 되었지만, 마흔이 넘은 나에게도 장래희망이 생겼다. 생각만큼 잘하지 않아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기죽거나 초조해하지 않는 사람. 그리고 ‘열심히’보다 ‘정성스럽게’ 사는 사람. 일도, 노는 것도, 사람을 대하는 것도, 물건 하나를 사는 것도, 한 끼를 먹는 것도,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도, 정성을 다하는 사람. - 274쪽

 

비혼주의자의 삶을 훔쳐볼까 싶어 펼친 책이었는데, 인생 선배의 따뜻한 이야기 한 편을 읽었다.

 


책 제목 : 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
분야 : 시/에세이
소분야 : 한국에세이
지은이 : 신소영
출판사 : 놀
쪽수 : 288쪽
출간일 : 2019년 07월 03일 
ISBN : 9791130623030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제 글이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를 꾸욱 눌러 주세요. 저에게 큰 힘이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