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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뉴그램 13인치. 14인치 이상은 내 가방에는 안 들어간다.

사양 : i5 8세대, SSD 256G, 램 16G(기본 8G인데 추가함), 윈10 포함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노트북을 질렀다. 샀다로 말하기에는 부족하고 정말 지른 일이라고 말해야 마땅한 일이었다. 노트북이 사고 싶다고 생각한 게 언제였더라. 기억에도 가물가물할 정도로 오래되었다. 꽤 오랜 시간, 사고 싶다 사고 싶다 생각만 했지 실제로 사지는 못했다. 집에서 컴퓨터도 잘 하지 않으면서 큰돈 쓰려고 한다며 눈을 질끈 감았다. 외부에서 컴퓨터를 쓸 일이 있을 때는 회사 노트북을 빌려갔다. 그러다 노트북이 정말 사고 싶어서 안달이 났을 때, 블루투스 키보드를 샀다. 노트북은 못 사고..

 

그렇게 빙글빙글 돌아 드디어 노트북을 샀다. "이번에는 정말 살거야!" 라고 생각은 했지만 여전히 못 사고 있었다. 이쯤되면 못 사는 게 아니라 안 사는 것인가? 여러 제품 중에 하나를 골랐어도 결제까지는 하지 못했다. 매일 가격비교 사이트를 들락날락하면서 오늘일까, 아냐 하루만 더 기다려볼까 그런 바보같은 짓을 했다. 때로는 이런 활동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정말 최저가로 득템하게 되었을 때는 말이다.

 

하지만 노트북을 지른 그날에는, 내가 왜 그랬지 싶은 그날에는, 그런 일들이 되게 부질없게 느껴졌다. 이렇게 몇 만 원 아껴서 뭐해 다른 거에 펑펑 쓰는데. 몇 푼 아끼려고 내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꼴도 우습고. 물론 이와 같은 생각은 지름신 강림하시어 노트북을 지른 뒤에,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하고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때라 나 스스로 합리화하기 위해 떠올린 생각이다. 결제를 마칠 때까지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노트북이 집으로 잘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생각이 많아졌다. 머릿속에는 온통 노트북 생각이었다. 얘가 지금 어디까지 왔나 수시로 배송 추적을 했다. 그러다 문득 내가 나를 위해 이렇게 큰돈을 썼던 적이 있나 싶었다. 생애 처음 생겼던 컴퓨터인 매직스테이션 풀세트가 이보다 비싸긴 했지만 내 돈 주고 산 건 아니니까 제외하자면, 처음이다.

 

100만 원이 넘는 돈을 내 것을 사기 위해 쓴 적이 없다. 데스크톱을 살 때도 조립식으로 가장 좋은 사양보다는 한두 단계 아래 사양으로 샀었다. 스마트폰을 살 때도 최신 유행기기나 최신 모델을 사본 적이 없다. 재고떨이급 취급받는 모델이나 직구한 중국산 스마트폰을 주로 썼다. 난생 처음 국외로 여행간 것도 70만 원 정도의 경비로 대만을 다녀온 것이 끝이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지도 꽤 되었는데, 막상 나를 위해서는 돈을 잘 못 썼다. 나를 위해서 쓰는 것이라고는 소확행으로 포장된 소소한 것들뿐이었나 보다. 그동안 내가 이렇게 소소하게만 소비했다는 것이 놀라울 뿐, 바보 같았다거나 한심해 보이진 않는다. 갑자기 지른 노트북에 앞으로 씀씀이가 커질까 싶은 생각도 잠시 들었다. 하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지?

 

이 노트북이 머지않아 방구석 어딘가에 쳐박혀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마냥 좋다.

 


모델명 : 13Z980-GA50K

CPU : i5-8세대

RAM : 16GB (본래 8GB인데 추가함)

SSD : 256GB (추가할까 고민했지만 외장 쓰면 되니 패스~)

OS : Window 10 Home

가격 : 143만 + 9.9만(램 추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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