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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는 원작 소설이 있다. 스포츠신문 연예부 기자였던 작가 이혜린의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다. 영화는 원작 소설과 같은 제목을 사용하지만 소설을 다 담아내는 데는 실패했다. 물론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 중에 원작만큼 잘 담아내는 영화가 드물긴 하다.

 

좌 : 원작 소설, 우 : 영화(이미지 출처 : 교보문고, 다음 영화)

 

소설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가 보여준 사회생활의 민낯 

소설은 기자 생활을 한 작가가 쓴 만큼, 연예부 신입 기자의 생생한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연예부를 배경으로 한 만큼 연예계와 언론계의 뒷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곳 역시 직장은 직장.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사회초년생의 애환이 가득하다.

 

“너 임마, 뭣도 모르면서 말이 너무 많아. 앞으로 말하지 마. 누가 뭐 물으면 그때만 말해. 그것도 네, 아니요만 해. 그 외에 뭐 함부로 지껄이면 죽는다. 네 생각, 네 느낌, 네 주장 다 필요 없어. 알았어?”
내 미간에 힘이 들어간다.
“그리고 그 표정, 표정도 짓지 마. 네 기분을 그렇게 다 내놓지 말란 말이야. 네가 무슨 기분인지도 난 알 필요가 없다. 그러니까 뭐든, 내가 먼저 묻지 않으면 절대 꺼내 놓지 마. 알아들었어?” - 63쪽

 

제목인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는 소설의 마지막 장(19장)의 제목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에서 따왔다. 영화 제목에서는 쉼표가 사라졌지만 열정 뒤에 쉼표까지 딱 찍어놨다. 주인공 라희의 기자 생활을 따라가다 보면 열정 뒤의 쉼표가 물음표 수십 개로 느껴질 지경이다.

 

영화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의 욕심

소설에서 주인공 이라희는 영화로 옮겨지면 도라희(박보영)로 이름이 바뀌었다. 강하게 발음하면 '또라..'가 되는 이름인데, 상사의 눈에 그렇게 보일 신입사원의 이미지를 강조하려고 그런 것 같다.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도라희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영화 소개나 예고편만 보면 이 영화의 장르는 코미디로 보인다. 영화 초반만 하더라도 그 분위기를 충실히 따라간다. 그런데 내용이 점점 무거워지더니 기레기니 저널리즘이니 한다. 직장인이면 공감할 코미디 영화를 기대하고 온 이들에겐 실망감이 컸을 터. (대체 왜 코미디 영화인 것처럼 홍보했지?) 에피소드도 원작 소설에 비해 대폭 줄어든 상태에서, 이도 저도 아닌 영화가 되었다. 영화에 모든 걸 담아내려고 한 욕심이 과했다. 차라리 한 마리 토끼만 노렸다면 좋았을 텐데.

 

극 초반 버럭버럭 화내는 못된 상사 하재관(정재영)도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다. 까칠하지만 속내는 따뜻한 캐릭터(츤데레?), 칼같이 냉정하지만 팀을 지키려는 것이었다는 사연이 있는 캐릭터는 그동안 너무 많이 소비되었다. 이 영화가 2015년 영화임을 감안하더라도 그렇다.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하재관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여러분도 직장생활 해보세요. 저널리즘? 인권? 균형감각? 귀신 멱 따는 소리 하고 있네! 야! 그냥 위에서 까라면 까는 거야. 너넨 나이가 몇 갠데 원칙 타령이니? 그렇게 살아봐, 어디 한번! 사회생활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 좋은 원칙으로 집에서 장판 무늬나 세고 있을 거다!”
후배가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나를 당장 제압해야 할지에 대해선 고민하는 눈치였다. 나는 냉큼 한마디 더했다.
“그리고 신방과는 무슨, 얼어 죽을! 얘들아, 정신 차려, 지금이 무슨 시댄지 몰라? 지금 당장 나가서 경영학과로 옮겨! 그게 내 특강의 결론이다, 이 순진한 것들아!” - 239쪽

 

영화냐 소설이냐 고민한다면, 원작인 소설 쪽 손을 들어주고 싶다.


책 제목 :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분야 : 소설
소분야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 이혜린
출판사 : 소담출판사
쪽수 : 419쪽
출간일 : 2010년 12월 13일
ISBN : 9788973816378

 

영화제목 :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영문제목 : YOU CALL IT PASSION
장르 : 드라마
감독 : 정기훈
출연 : 정재영, 박보영
상영시간 : 106분
등급 : 15세이상관람가
개봉일 : 2015.11.25
영화소개 : 취업만 하면 인생 제대로 즐기리라 생각한햇병아리 연예부 수습기자 ‘도라희’(박보영). 몸에 딱 맞는 정장에 하이힐을 신은 완벽한 커리어우먼. 이 모든 환상은 첫 출근 단 3분 만에 깨졌다.

“지금은 니 생각, 니 주장, 니 느낌 다 필요없어!” 도라희의 눈 앞에 펼쳐진 건 터지기 일보 직전인 진격의 부장 ‘하재관’(정재영). 첫 출근 따뜻한 말 한마디 대신 찰진 욕이 오가는 가운데 손 대는 일마다 사건사고인 도라희는 하재관의 집중 타겟이 되어 본격적으로 털리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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