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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북스 리뷰어(북딩 3기) 활동으로 책을 무료로 제공받았음을 미리 밝힙니다.


『할매가 돌아왔다』는 제목이 너무 익숙했다. 김영하 작가의 『오빠가 돌아왔다』 때문에 그랬는 줄 알았다. 독서일지를 작성하려고 제목을 입력하는 순간, 2012년 출간된 소설 『할매가 돌아왔다』가 나왔다. 같은 제목, 같은 작가네? 책의 판권을 펼쳤다. 개정판이었다. 평소엔 표지 넘기고 판권도 확인하는데 이 책은 바로 시작부터 읽은 탓에 미처 몰랐다.

 

김범, 할매가 돌아왔다

 

'돌아온 할매'는 첫 장면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다. "깃털이 달린 기괴한 밤색 벙거지 모자"에, "은빛 반짝이가 달린 요상한 원피스 정장"을 입고 초인종을 23번 넘게 누르는 집요함까지 갖춘 금발의 할머니. 할머니가 묘사된 부분을 읽을 때마다 표지 그림을 다시 확인했다. 초판을 이제야 찾아봐서 하는 말인데, 초판의 표지는 왜 책의 묘사와 다른 걸까? 개정판을 내면서 할머니의 외향을 수정한 걸까? (뜬금없이 궁금해졌다.)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다. 가족을 배신하고 도망갔다던 할머니가 67년 만에 돌아왔다. 무려 60억의 자산가로 말이다. 일본에서 택시회사를 해 그렇게 벌었다고 하는데 진짜인지 미스테리다. 허풍일 수도 있고, 그보다 많을 수도 있고. 입사시험은 번번이 탈락한 나(동석)는 할머니의 신임을 얻어 1억 PC방을 차려주신단다. 이 시대 마지막 조선의 선비인 줄 알았던 할아버지는 할머니 등장 이후 평소의 근엄함은 어딜 갔는지 싶게 달라지고, 정치에 뛰어들었다가 쫄딱 망한 아버지는 갑자기 효자 모드. 할머니 이야기면 치를 떨던 고모마저 유산 이야기 이후 달라졌다. 

 

개정판에 얼마나 수정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에 쓴 소설이라고 여길 만큼 어색함이 없었다. 초판이 2012년 출간이니 7년이나 지났는데도 말이다. 취업을 포기한 듯한 동석의 상황은 내 친구 이야기라고 해도 믿어질 만큼 낯익은 것이었다.

 

누가 내게 넌 성장이 멈췄다고 하면 난 잽싸게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렇다고 내가 성장이 멈췄다고 인정하는 건 아니다. 다만 직장이 없다는 것이, 이제 5년 지나면 마흔인데 20대 아이들과 함께 취업 자리나 기웃거린다는 것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내 성장은 단 한순간도 멈춘 적이 없다고 빡빡 우겨댈 염치가 없어서 그랬던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 모든 생물은, 심지어 아버지가 매우 좋아하는 벌레마저도 한순간도 성장을 멈추진 않는다. 난 살아 있기에 겉으로 보기엔 10년 전과 똑같더라도 절대 똑같지 않은 것이다. 그냥 그렇단 소리다. - 53쪽

 

그래서 할머니는 60억이 있단 거야, 없단 거야? 초반에는 그게 궁금해서 계속 책장을 넘겼다. 하지만 거기에만 초점을 맞추지는 말자. 물론 『할매가 돌아왔다』 속 인물들이 가진 사연들에 귀 기울이다 보면, 그들의 매력에 빠질 테지만.

 


책 제목 : 할매가 돌아왔다
분야 : 소설
소분야 : 한국소설
지은이 : 김범
출판사 : 다산책방
쪽수 : 352
출간일 : 2019년 10월 07일 
ISBN : 9791130625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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