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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북스 리뷰어(북딩 3기) 활동으로 책을 무료로 제공받았음을 미리 밝힙니다.


오늘은 운동가야 하는데 하면서도 소파에서 뒹구는 사람. 그게 바로 나다. 왕복 서너 시간 걸리는 장거리 출퇴근을 할 때, 아침마다 시름시름 앓는 소리 하면서 저질 체력을 한탄한 사람. 그것도 바로 나다. 그래도 이십 대까진 운동하지 않아도 버텨낼 체력이 있었다. 삼십 대가 넘으니 열심히 운동해도 체력이 잘 늘지 않았다. 그나마도 하지 않아 체력이 늘지 못한 건 안 비밀.

 

이진송,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먹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많이 먹기 위해 운동했다. 난생 처음 측정한 인바디 결과를 보고, 보건소 선생님이 그랬다. "근육량이 많으시네요(체지방도 많은 게 흠). 열심히 살 빼도 말랐다는 느낌은 나오지 않을 거예요." 나는 그냥 그래요? 하고 나왔지만 씁쓸했다. 나는 말라 보이려고 운동하는 게 아닌데.

 

"헬스클럽 장기 등록의 꽃말은 기부(22쪽)"라고 말하는 저자의 운동 탐험기를 읽으면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어 반가웠다. 여자가 운동하는 게 꼭 다이어트를 해서 마른 몸을 얻기 위한 것은 아니다. 나도 건강한 몸을 위해, 아침에 좀비처럼 읽어나지 않기 위해, 조금만 뛰어도 헉헉거리지 않기 위해 운동한다. 당신이 그러듯이.

 

저자가 복싱이나 요가처럼 내가 해본 운동의 에피소드를 풀어놓을 때는 내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아 반가웠다. 필라테스나 아쿠아로빅은 내가 해보지 않은 운동이라서 호기심이 생겼다. 아쿠아로빅 인싸(인사이더) 어머님들의 호구 조사에, "결혼 3년 차, 자식은 없고 남편은 어디 외국에 나가 있다(59쪽)"라고 설정해뒀다는 내용은 씁쓸했다. 나도 수영 다닐 때 그런(호구 조사하시는) 분들을 몇 분 만났다. 그땐 학생이라 다음 단계 질문은 더 나오지 않았다. 아마 이제는 나도 설정값 하나 만들어 둬야 할까? 나도 저자처럼, "남편보다 체력이 필요(239쪽)"한데 말이다.

 

그 덕분에 친구는 추가 체력이 필요한 순간 "내가 이러려고 운동했나 보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그 대사에서 유비무환의 멋을, 비축분이 있는 자의 여유를 느꼈다. 각자의 삶에서 '이러려고'는 서로 다른 형태와 상황과 강도와 질감으로 출몰할 것이다. 현실에는 고정 지출 비용 같은 기초대사량 외에도, 급전처럼 급하게 체력을 당겨써야 하는 변수가 포진해 있다. 작은 컵으로 한 번씩 뜰 때는 충분한 물이라도 갑자기 바가지로 연달아 퍼내야 할 때는 금방 바닥을 긁으면 곤란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금방 포기하거나 짜증을 냈다.
이제는 내 체력의 곳간을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 생각하고, 내 몸을 들여다보고, 예측하고, 설계하고, 움직인다. 물론 나는 끈기 있거나 부지런하지 않아서 깨달은 뒤에도 성과는 지지부진하다. 그러나 달팽이 같은 속도에 가시적인 변화가 없더라도 지속하는 시도와, 체력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135~136쪽)

 

얼마 전 시청한 동영상에서, 한 유튜버가 그랬다. 지금 건강하다고 운동하지 않으면 지금 수입원이 있다고 저축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맞는 말이다. 지금 건강하니 운동도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내일도 건강하려면 운동할 힘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지금, 운동해야 한다. 운동하자! (아, 일단 내일부터...)

 


책 제목 :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분야 : 시/에세이
소분야 : 한국에세이
지은이 : 이진송
출판사 : 다산책방
쪽수 : 252쪽 
출간일 : 2019년 10월 22일 
ISBN : 9791130626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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