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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1인 출판사 '혜화1117' 대표님이 쓰신 『작은 출판사 차리는 법』을 포스팅하려 한다. 직전 포스팅이 책방에 관한 책이었는데 이번에는 출판사에 관한 책이다. 두 책을 연달아 읽은 것은 아니다. 『책방 운영을 중심으로 1인 가게 운영의 모든 것』(붉은마왕 저)을 늦게 포스팅한 탓도 있고, 이왕 책방 이야기를 올린 김에 출판사 이야기도 올려야겠다고 생각한 덕도 있다.

 

2020/05/05 - [책수다] - 책방 창업을 꿈꾼다면 『책방 운영을 중심으로 1인 가게 운영의 모든 것』

 

지난 포스팅과 달리, 포스팅 제목에 창업이라는 말을 넣지 않은 것은 두 책의 성격 차이 때문이다. 『책방 운영을 중심으로 1인 가게 운영의 모든 것』은 실제로 창업할 때 펼쳐놓고 봐도 좋을 만큼 실무 내용이 많은 책이었다. 어떻게 사업자등록을 하고, 어떻게 계약을 하는 등 순서대로 따라 준비하면 될 정도로 상세히 담겨 있었다.

 

하지만 『작은 출판사 차리는 법』은 책방 사장이 되고 싶던 편집자가 어떻게 출판사 사장이 되었는가에 가까운 책이다. 어떻게 출판사를 차렸으며, 어떻게 일하는지 엿볼 수 있지만 어떻게 출판사 신고를 하고 거래처와는 어떻게 계약하는지 등 실무 내용은 없다. 제목에 '차리는 법'을 넣었는데 다 읽어도 '차리는 법'은 모른다.

 

물론 저자의 창업 과정을 지켜보며 어느 정도 흐름은 알 수 있다. 하지만 책방 책인감의 창업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봤던 『책방 운영을 중심으로 1인 가게 운영의 모든 것』에 비하면 에세이 수준에 그친다. 예를 들어, 유통업체 선정을 이야기할 때에도 '선배 찬스'를 썼다고 두루뭉술 나올 뿐이었다.

 

이현화, 『작은 출판사 차리는 법』 

 

20년 차 편집자가 3년 차 출판사 대표로

『작은 출판사 차리는 법』은 작은 출판사 '혜화1117'을 어떻게 열게 되었는지부터 이야기한다. 책방을 열고 싶었던 저자가 혜화동에서 한옥을 마주하게 되면서 책방 대신 출판사를 열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 집에 그만, 마음을 뺏겼다. 1936년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낡고 허름한 한옥. 지어진 뒤로 크게 손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원형을 잘 간직한 집. (중략) '이 집에서 일하면서 살 거라면 무슨 일을 할 수 있지?' 어떤 생각이 불현듯 머리를 스쳤다. '이곳에 작은 출판사를 차려 보면 어떨까?' - 25~27쪽

 

편집자 업력이 20년 차 정도 되면 출판사 차리는 것쯤은 쉽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책은 편집자의 일만으로 나오지 않는다. 또한, 출판사는 '회사'다. 홀로 한 사업체를 꾸려나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원고 보는 일에 대부분 시간을 할애하던 편집자가 영업에, 제작, 회계까지 감당해야 하니까.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의 경계만 스스로 잘 받아들이면 용기를 내봐도 될 것' 같다는 저자의 말처럼, 작은 출판사를 꾸리고 싶다면 못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10년 사이에 세상이 달라졌다. 약진하는 작은 출판사들이 출판계에 포진해 있었다. 이름 있는 회사의 장점은 분명하지만 작은 출판사의 장점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세상이 되어 있었다. 수요가 있는 곳에는 인프라가 구축되게 마련이다. 이미 작은 출판사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 검증된 까닭에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에서는 신규 거래 방법을 매뉴얼로 정리해 놓았고, 대부분 온라인으로 거래가 가능했다. 적극적으로 영업을 해 보려고 외주 영업자 시스템을 활용하는 작은 출판사도 늘어나고 있었다. 제작의 번거로움을 덜어 주는 대행업체는 물론이고, 유통부터 회계 업무까지 분야별로 다양하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많이 생겼다.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의 경계만 스스로 잘 받아들이면 용기를 내봐도 될 것 같았다. - 30~31쪽

 

아무래도 저자에게 편집자로 일한 20여 년은, 작은 출판사를 위한 과정이 된 것은 아니었을까. 편집 부서 외 다른 부서의 업무도 귀동냥으로 들은 수 있는 환경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책을 좋아하고, 책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성장한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나는 무슨 책을 만들고 싶은 걸까. 답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이러이러한 책을 만들어 보라는 계시가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질 리 만무했다. "나아갈 길을 모르겠거든 지나온 길을 돌아보라"는 누가 한 말인지 모를 말이 떠올랐다. 그동안 내가 만들어 온 책들을 살펴보기로 했다. - 47쪽

 

저자가 꾸리는 출판사에서 어떤 책을 낼 것인지를 고민하는 과정도 와닿았다. 비단 작은 출판사의 고민만은 아닐 것이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하지. 그런 고민이 드는 요즘. 나도 지나온 길을 돌아볼 시간을 가져야겠다.

 

부끄럽게도 출판사 혜화1117을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다. 혜화1117의 탄생과 유아기(?)를 지켜보니, 앞으로 서점에서 혜화1117을 만나면 친구를 만난 듯 반가울 것 같다.


책 제목 : 작은 출판사 차리는 법
부제 : 선수 편집자에서 초짜 대표로 
분야 : 인문
소분야 : 인문교양총서
지은이 : 이현화
출판사 : 유유
쪽수 : 184쪽
출간일 : 2020년 04월 04일 
ISBN : 9791189683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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