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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잠이 없으신가 봐요?"

"아침형 인간이야?"

 

내가 종종 듣는 질문이었다. 아니라고 답하면서 속으로는 웃었다. 나처럼 잠 많은 애는 없을 거라던 엄마 말씀이 떠올라서. 지각해서 학교 담을 넘어 달려가다 크게 넘어진 일이 떠올라서.

 

나는 잠, 특히 아침잠이 많은 올빼미형 인간이다. 내가 실제 나와는 전혀 다른 질문을 듣게 된 데에는 이유가 하나 있다. 장거리 출퇴근자였음에도 퇴사하는 그날까지 지각 한 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험난한 출근길을 돌파하려면 일단 일찍 일어나야 했다. 올빼미인 내가 일찍 일어날 수 있던 건 '작은 습관' 덕분이었다(물론 '월급'이 나를 깨우는 특효약이긴 했다).

 

알람이 울리면 눈을 뜬다. 눈을 뜨면 욕실로 간다.

 

이 습관 하나가 나를 아침형 인간으로 만들어줬다. 나를 변화시킨 또 하나의 '작은 습관'은 지하철 책 읽기가 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절차를 만들었다.

 

지하철을 탄다. 지하철을 타면 책을 꺼낸다. 꺼낸 책을 펼친다.

 

도중에 환승도 해야 하는 출근길이었지만 항상 책을 펼쳤다. 졸더라도 딴생각을 하더라도 일단 책을 펼치고 나서 했다. 효과는 대단했다. 1년에 한두 권 읽을까 말까 한 내 독서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첫해에는 41권, 다음 해에는 86권, 그다음 해에는 127권을 읽었다.

 

잠꾸러기인 내가 지각 한 번 하지 않은 것도, 1년에 책을 100여 권이나 읽게 된 것도 특별한 것이 없다. 내 하루에 '루틴'을 만든 것뿐이다.

 

 

루틴(Routine)
특정한 작업을 실행하거나 최상의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하는 일련의 동작이나 절차.
1. (명사) 규칙적으로 하는 일의 통상적인 순서와 방법
2. (형용사) 정례적인, 일상적인, 보통의
- <루틴의 힘> 뒤표지 날개에서

 

<루틴의 힘>을 고른 건 익숙한 이름 때문이었다. 댄 애리얼리. 바로 <부의 감각>의 저자다. 댄 애리얼리 외에도 그레첸 루빈(<나는 오늘부터 달라지기로 결심했다>의 저자),  칼 뉴포트(<열정의 배신>의 저자) 등 한 번쯤 이름을 들어본 이들이 꽤 있었다. 에필로그까지 포함하면 총 21인이나 된다.

 

이 책에는 일상의 생활 리듬을 최적화하는 데 필요한 깊고도 강력한 통찰이 가득 담겨 있다. 이를 통해 여러분은 자신의 업무 습관이 자기 욕구에 맞춰 변한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에 순응하는 쪽으로 바뀌어 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재평가의 기회로 활용하라.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자신이 '어떻게' 살고 일하고 있는지 재고해 보라.
- 18~19쪽, 프롤로그_스콧 벨스키

 

저자들이 말하는 방법은 어려운 것이 없다. 알고는 있지만 내가 실천하지 않은 일들. <루틴의 힘>을 읽으며 나를 반성하게 됐다. 특히, 자주 하면 시작이 수월해진다, 자주 하면 부담이 줄어든다고 말하는 그레첸 루빈의 이야기를 읽고 한동안 글쓰기를 미룬 나를 돌아봤다.

 

일주일 동안의 결과물이 겨우 한 페이지, 블로그 포스팅 한 건, 스케치 하나라면 당연히 '특출나게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작업물의 질에 대해 조바심을 내게 된다. (중략) 일을 많이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물만큼은 아주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반면 나는 매일 쓰기 때문에 나에게 하루치 정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잘되는 날도 있고 안 되는 날도 있다. 어떤 날은 일을 별로 하지 못한 채 끝나기도 한다 그래도 괜찮다. 왜냐하면 분명 꾸준히 하고 있으니까.
- 24~25쪽, 좋아하는 일일수록 자주 실천하라_그레첸 루빈

 

딱히 한 일도 없는데 하루가 다 지났다고 아쉬워하던 나를 채찍질한 이야기도 있었다.

 

안식년을 가지면서 확실하게 알게 된 점은 '시간'이란 공들여내야 하는 것이고, 그렇게 만들어 낸 시간은 무슨 일이 생겨도 다른 문제에 허비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중략) 지금 생각해 보면 계획 수립의 기본을 따른 거였어요.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미리 일정표에 표시해 두는 것 말이죠.
- 131쪽, 창작의 리듬을 유지하는 법_스테판 사그마이스터

 

앞으로 어떻게 (일 또는 업무를) 처리해야 할지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 이야기도 있었다. 그동안 나 역시도 중요하지 않지만 긴급한, 아니 '긴급해 보이는' 일을 먼저 처리했다. 월요일 아침엔 주말 사이 들어온 메일을 확인하고 답장하느라 다 버리기 일쑤였다.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는데... 결국 '중요한' 내 일을 처리하느라 야근하게 되는 악순환.

 

가장 곤란한 점은 우리가 '긴급함'과 '중요함'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해서, 모든 일이 긴급한 일로 구분된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소위 '긴급'하지만 사소한 일이, '중요'한 일보다 먼저 처리되기 훨씬 쉽다. 그러나 중요한 일보다 긴급한 일을 우선시하면 결국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우선시하는 일을 고르게 되고 만다. 매번 새로운 이메일이 올 때마다 우리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미풍에도 이리저리 나부끼게 된다. 자신의 관심사는 어느새 옆으로 제쳐 둔 채 타인의 일에 매달리게 된다. 이런 바쁜 흐름 속에서 우리의 주의력은 시간을 들여 생각하고 되새기고 상상해야 하는 '의미 있는 일'로부터 멀어져 버린다. 잠시 멈추는 그 시간이 우리 삶을 향상시키고 위대한 업적의 기반을 제공해 주는데도 말이다.
- 194쪽, '나'답게 살려면 우선 '나'를 믿어라_제임스 빅토르

 

<루틴의 힘> 부제처럼, 루틴은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계속하게 만드는' 힘이다. 내가 조금 나태해지려 할 때, 자꾸 다른 길로 새는 것 같을 때, 그만두고 싶을 때, 그럴 때 이 책을 꺼내 읽으면 좋은 자극이 되겠다.

 

KEY TAKEAWAYS

잡무보다 가장 중요한 일을 먼저 하라.

창의성에 시동을 걸어라.

꾸준히 자주 하라.

일과 휴식의 리듬을 찾아라.

고독을 즐겨라.

분위기를 기다리지 마라.

- 59쪽

 

창의적 시간을 사수하라.

머리가 맑을 때 집중하라.

배경의 소음을 없애라.

발전을 눈에 보이게 만들어라.

뇌에 휴식시간을 부여하라.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라.

- 105쪽

 

불필요한 창조를 연습하라.

구름처럼 방랑의 시간을 가져라.

처음부터 '끝'의 정의를 확실히 하라.

자동 조종 모드에 몸을 맡기지 마라.

근본 원인을 찾아라.

자신에게 주어진 제약을 사랑하라.

- 157쪽

 

장기 목표는 눈에 잘 띄게 하라.

자신의 한계 대역폭에 유의하라.

스스로 자제하지 않으면 망가질 수 있다.

재설정 버튼을 눌러라.

제대로 호흡하라.

상상력을 신뢰하라.

- 199쪽

 


책 제목 : 루틴의 힘
분야 : 자기계발
소분야 : 자기관리/처세
지은이 : 그레첸 루빈, 마크 맥기니스, 세스 고딘, 토니 슈워츠, 리오 바바우타, 칼 뉴포트, 크리스천 재럿, 댄 애리얼리, 에린 루니 돌랜드, 스콧 벨스키, 토드 헨리, 스콧 맥도웰,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엘리자베스 그레이스 손더스, 마크 맥기니스, 에런 디그넌, 로리 데쉔느, 니퍼니 쉴레인, 린다 스톤, 제임스 빅토르, 스티븐 프레스필드(수록순) / 조슬린 K. 글라이(엮음)
출판사 : 부키
쪽수 : 216쪽
출간일 : 2020년 02월 10일 
ISBN : 9788960517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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