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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자기계발서를 피한 적이 있다. 사회초년생이었고, 열심히 읽은 자기계발서에서 배신감(?)을 크게 느낀 때였다. 현실의 나는 가뜩이나 힘들어 죽겠는데 금수저 물고 태어나서 고생이라고는 해본 적 없는 것 같은 사람이, "참고 견디면 괜찮아져."라든가, "네가 나약해서 그래."라고 말하는 것에 치가 떨렸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모두 그런 것처럼 생각해버렸다, 그때의 나는...

 

'자기계발서'는 쳐다보지 않았지만 그래도 '자기계발'은 해야 했다. 각종 문화센터를 섭렵했다. 힘든 회사 생활을 견딜 돌파구가 필요한 것이기도 했다. "재능은 눈에 띄는 거라서 찾으려고 하지 않아도 보인다. 지금까지도 어떤 재능이 있는지 모르는 거면 그건 그냥 재능이 없는 거다."라는 상사의 막말을 뒤로 한 채, 나의 재능을 찾아 헤맸다. 해보지 않아서 못하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인물스케치, 캘리그래피부터 요가, 기타, 소설 쓰기, 시 쓰기까지 관심 있는 것, 좋아 보이는 것은 무조건 배우려 했다.

 

재능을 찾았냐고? 글쎄, 잘 모르겠다. 찾은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얻은 것은 분명 있다. 붓, 먹, 화선지, 스케치북, 4B 연필, 요가매트, 짐볼, 아령 등 각종 도구와 기타(악기를 기타만 도전한 것에 감사해야 하나).

 

그랬던 내가 요즘 다시 자기계발서를 읽는다. 올해 들어 읽은 자기계발서는 8권. 지금까지 총 18권을 읽었으니 그중 45%나 차지하는 비중이다. 연초라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은 것일까? 작년 1~3월까지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그것도 아닌 듯하다.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무래도 나는 자기계발서로 '자기계발'하기로 했나 보다.

 

자기계발서로 '진짜' 자기계발을 하려면 무엇이 중요할까?

 

분야에 연연하지 말자.

독서일지에 분야를 적을 때, 교보문고의 기준을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가끔은 '이 책이 왜 자기계발서지?' 싶을 때가 있다. '인문'이나 '경제/경영'에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책이나 '에세이'에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책이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포스팅한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의 경우, '자기계발'로 분류되었지만 '에세이'에 더 잘 어울릴 것 같았다.

 

2020/02/23 - [책수다] - 회사 아닌 다른 길도 괜찮다,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

 

이와 같은 분야는 누가 정할까? 눈치챘듯, '서점'이 정한다.

 

출판사에서는 신간이 나오면 서지정보를 작성한다. 이 서지정보는 책 사양(크기, 쪽수 등), 저자 소개, 책 소개뿐 아니라 출판사가 생각하는 그 책의 '분야'도 포함한다. 이때 한 분야만 적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분야를 적는다. 우리(출판사)가 생각할 때 이 책은 이런 분야에 맞을 것 같다고 안내해 주는 셈이다. 최종 결정은 서점에서 한다. 그래서 같은 책이어도 서점마다 다르게 분류했을 수 있다. 한 책에서도 여러 분야가 적혀 있는 경우도 꽤 많다.

 

분야는 책을 고를 때 활용할 힌트일 뿐이다. 서점에서도 고객인 독자가 책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비슷한 내용, 비슷한 성격으로 책을 나눠둔 것이다. 그러니 (예전의 나처럼) 자기계발서라고 피할 필요가 없다. 자기계발서도 인문서일 수 있고, 인문서여도 '자기계발'을 목적으로 읽을 수 있다.

 

저자에 연연하자.

하지만 저자는 꼼꼼히 따져보자. 저자의 유명도를 따지자는 말이 아니다.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살펴보자는 말이다. 내가 살펴보는 것은 딱 하나다. 어떤 노력을 기울인 사람인가.

 

자기계발서를 읽을 때, 나는 종종 함정에 빠졌다. "아, 뭐야. 이 사람은 이래서 이렇게 된 거였네." 해버리는 함정. 그 함정에서 '이래서'에는 주로 재력, 재능 등이 자리했다. 돈이 많아서. 이런 재능이 있어서. 지능이 높아서... 그 함정에 빠지는 순간, 그 책은 내게 쓸모없는 책이 되어버렸다.

 

'어차피 나는 안 되겠네.'

 

'함정'이라고 표현한 것에서 이미 내 의도를 파악했겠지만 그것은 내 착오였다. 사람들이 재능에 연연하는 이유는 자신이 노력하지 않은 것을 감추려는 마음에서 나온다. "그 사람이 성공한 것은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해버리면 노력하지 않은 나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 그 사람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외면할 수 있다.

 

이렇게 함정에 빠질 때, 나오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먼저 저자와 나의 공통점을 찾는다. 저자도 나처럼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구나. 저자도 나처럼 아침잠이 많았구나. 하는 식이다. 그런 다음 저자와 나의 차이점을 찾는다. 그 차이를 만들어낸 데에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살펴본다.

 

이때 중요한 것은 '계기'를 찾으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사람이 변하는 데에는 '번쩍' 하고 번개를 맞는 것 같은 일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읽은 많은 책에서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계기'라는 것은 이미 노력으로 99℃까지 끓여둔 물에, 1℃가 더해진 것뿐이라고 한다. 그러니 1보다 99에 집중하자.

 

 

중요한 것은 CAN이 아니라 DO!

자기계발서는 다 똑같다? 어떤 면에서는 맞는 말이다. 어디서 본 것 같은 내용이 가득하고, 나도 아는 내용으로 시작해 나도 아는 내용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이렇다.

 

자기계발서에는 나도 알지만 '하지 않은' 내용으로 시작해 나도 알지만 '하지 않은'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자기계발서에서 내가 그동안 전혀 알지 못해서, 읽으면서도 깜짝 놀랄 만한 획기적인 내용이 담겨 있는 경우는 없었다. 나도 안다는 건 나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할 수 있으려면(can) 일단 해야(do) 한다.

 

자기계발서는 좋은 자극제다. 하려는 마음이 자꾸 어긋나려고 할 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안내판이기도 하다. 자기계발서의 진짜 힘은 책을 다 읽고 나서부터 시작된다. 책에서 얻은 것을 하나라도 직접 실행할 때, 그때 '진짜' 자기계발이 시작된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제임스 클리어, <아주 작은 습관의 힘>, 비즈니스북스, 2019

습관 책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다. 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아주 작은 것부터 아주 조금씩 시작하자는 내용이다. 책을 읽으며 직접 실천해보기 좋았고 덕분에 좋은 습관도 만들 수 있었다.

 

유근용, <일독일행 독서법>, 북로그컴퍼니, 2015

책을 많이 읽었는데도 달라지지 않았다면 그건 책을 '읽기만' 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꼭 한 가지는 실천해 보라는 것은 이 책에서 배웠다.

 

 

사진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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