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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북스 리뷰어(북딩 3기) 활동으로 책을 무료로 제공받았음을 미리 밝힙니다. '님'이나 '할머니' 또는 '할머님' 등 호칭을 붙여 작성할까 하였으나 생략하였습니다.


제목으로 적은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 가운데 단 한 명도 이이효재에게 빚지지 않은 사람이 없다"라는 내용은 표지에 적힌 문구다. 처음 이 책을 알게 되었을 때만 해도 '이이효재'가 사람 이름인지도 몰랐다. 이 문구를 보고야 '이이효재'가 사람 이름임을 알게 되었을 정도로 무지한 나다.

 

이이효재. 특이한 성이 아니라 아버지 성 '이'와 어머니 성 '이'를 따와 이이효재가 되었다. 이쯤 되면 눈치채는 사람이 있을 듯. 바로, '부모 성 함께 쓰기 운동'이다. 나는 이와 같은 성 표기를 중학교 도덕 시간에 처음 들었다. 아마도 성 평등 시간이었을 테지. 같은 반 누군가가 부모 성을 함께 쓰겠다고 발표한 것을 듣고 신기했다. 그렇네. 아빠 성만 따다 쓰고 있었구나. 그때 처음 알았다.

 

이이효재 구술, 박정희 저, <이이효재>

 

이 책에는 부모 성 함께 쓰기 운동뿐 아니라 이 땅의 여성이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고, 능력만큼 일할 수 있도록 힘써온 과정이 담겼다. 사회학자이자 여성운동에 힘써온 분이라 홍보의 초점이 여성학에 맞춰진 듯하다. 물론 그 비중이 가장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에 한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제강점기인 1924년부터 지금까지, 교과서로만 배웠던 근현대사를 이이효재라는 한 사람의 생애를 따라가며 읽으니 더욱 생생히 와 닿았다.

 

역사라는 건 그리 멀리 있지 않구나. 누군가에겐 내 흔적들이 역사로 남겠구나. 정말로 나는 이이효재에게 빚진 것이 많구나. 놀라운 건, 이이효재의 생각이었다. 이이효재가 그의 벗 윤정옥과 함께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위해 팔을 걷어붙인 대목에서였다.

 

이이효재와 윤정옥은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일은 동시대를 살아온 이로서 자신들이 당연히 갚아야 할 빚이라 여겼다. 두 사람은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서 정신대로 끌려가지 않은 것도, 최고 교육을 받아 교수가 된 것도 자신들이 특별히 뛰어나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 204쪽

 

진정한 지식인이었구나. 만약 나였다면 이이효재처럼 할 수 있었을까. 내가 받은 교육을 당연한 것이라 여기고 으스대진 않았을까. 여러 연구나 활동으로 받은 상금을 모두 기부한 것도 놀라웠다. 사회학을 공부한 학자이자 그 자신이 가장 사회학에 맞는 삶을 살아오셨다.

 

여성 해방 운동의 역사와 논의되는 이론들을 살펴보고 우리 사회에 알맞은 여성 운동의 이론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한국의 여성 운동은 한국적 역사 현실과 민족의식 속에서 정립해나가야 한다. 동시에 인간 해방과 세계 평화를 추구하는 국제 여성 운동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차원으로 진취적인 성격을 갖춰야 한다. - 123쪽
사회학은 마땅히 우리 민족의 인간 해방과 인간화를 가능하게 하는 민주적인 사회, 즉 자유, 평등, 사랑이 구현될 수 있는 사회로 변화시키는 데 이바지하는 지식과 실천 방법을 제공해야 했다. - 141쪽

 

지금이야 성별 구분 없이 누구나 배울 수 있고 제 능력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게 당연한 일이 아니던 100여 년 전에, 그렇게 해야 한다고 외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남들은 가지 않은 고된 길도 마다 하지 않았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평생을 힘썼던 그에게 감사드린다.

 


책 제목 : 이이효재
분야 : 정치/사회
소분야 : 사회학/여성학
지은이 : 박정희
출판사 : 다산초당
쪽수 : 312
출간일 : 2019년 09월 09일 
ISBN : 979113062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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