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나는 그대로였다. 나에게 맞는 일을 맡았을 뿐이었다.
나는 그대로였다. 해야 할 일이 달라졌을 뿐이었다. 나에게 맞는 일을 맡았을 뿐이었다. 그 이유만으로 나는 더 이상 바보가 아니게 되었다. 대학 때 학생회 활동을 했다. 그때 한 선배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역시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구나." 물론 칭찬이었다. 생각보다 잘 해냈구나 하는 마음을 담은 칭찬이었다. 기분 나쁘지 않지만 고개는 갸우뚱했다. 1학년 때도, 2학년 때도 나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가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졌다'는 소리인지 싶었다. 그래도 열심히 한 나에게 건넨 따뜻한 말이겠거니 하고 넘겼다. 사회생활을 하니 그 말이 틀렸음을 알게 되었다. 자리는 그저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만 만들 뿐이었다. 첫 직장에서는 전공과 밀접한 일이라 그랬는지 무난하게 흘러갔다.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