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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와 백수 사이 그 어딘가에 내가 있다. 횟수로 따지자면 두 번째 프리랜서 생활. 첫 직장을 나와서 잠시 일한 것이 처음이었고, 두 번째 직장을 나온 지금이 그다음이다. "백수라 좋겠다."라는 말에는 나도 일한다고 하고, "네가 좀 사라."라는 말에는 백수한테 너무하다고 답한다. 내 필요에 따라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는 중이랄까. 하지만 퇴사 후 6개월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터라 이 시간이 프리랜서로 가는 중인지 이직 전일 뿐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함께 일할 동료가 없는 프리랜서로 몇 년째 지내다 보니 궁금한 게 참 많다. 남들도 나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일을 시작하는지, 점심식사는 어떻게 해결하는지, 별도의 작업실이 있는지, 혼자 일하며 어려운 점은 없는지 등등. 보다 은밀한 궁금증으로는 고료는 대강 얼마쯤 받는지, 일간은 어디서 얻어오는지, 알음알음 소개로 일을 얻는 경우가 많다는 프리랜서들의 생태계가 사실인지 등이다. - 281쪽

 

저자의 궁금증처럼, 나 역시도 같은 내용이 궁금하다. 그 질문들의 가장 위에는 "내가 계속 프리랜서로 살아도 괜찮을까?"라는 질문이 놓여 있다. 이미 한 번 프리랜서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취직에 뛰어든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욱 답을 찾고 싶다.

 

도란,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

 

만약 내가 저자인 도란 님을 만나 직접 질문했다면, 저자는 이렇게 답했을 것이다.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라고.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라는 제목에서처럼 말이다. 게다가 '들어가며'에서 말한 것처럼, '회사 아닌 다른 길을 찾아도 내 삶은 망하지 않는다'고 덧붙여 답했을 것 같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서 사표를 내고, 다음 선택이 다시 회사가 되었다면 나는 절대 행복하지 못했을 것이다. 회사의 다음 선택이 반드시 회사가 도리 필요는 없다. 우리의 얼굴이 모두 다르게 생겼듯, 사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회사 아닌 다른 길을 찾아도 내 삶은 망하지 않는다. - 7쪽

 

책에서는 저자가 어떻게 프리랜서가 되었는지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상사에게 "아파 죽을 것 같으면 회사 와서 죽어라.(20쪽)" 하는 말을 듣기도 하고, 이직을 준비했다가 결국 퇴사 후 프리랜서가 되기까지... 그 과정을 그의 이름처럼(혹시 필명일지도?) '도란도란' 이야기를 들려 준다.

 

프리랜서가 되면서 좋은 점이 뭐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 장단점이 참 많은데, 가장 좋은 점은 마음껏 아파도 된다는 거다. 슬플 때 꺼이꺼이 울 수도 있고, 기분이 좋으면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일할 수 있다. 몸이 아파도 회사 다닐 때처럼 점심시간에 밥을 거르고 숨 막힐 듯 뛰어 병원에 다녀오거나 윗사람 눈치를 볼 일이 없다. 언제든 병원에 가서 상한 건강을 치료하면 된다. (중략)

아픔을 감당하는 데는 수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 아픔을 감추고 괜찮은 척, 명랑한 척 하지 않고 마음껏 아파도 된다는 그 당연한 사실을 프리랜서가 된 후에야 제대로 배웠다. - 55~56쪽

 

그렇다고 프리랜서의 좋은 점만 늘어놓는 책도 아니다.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며 여름엔 땀 뻘뻘 흘리고, 겨울에 꽁꽁 얼기 직전으로 취재를 다니는 에피소드(95~102쪽), 약속한 원고료를 제때에 받지 못하거나 아예 떼 먹히는 에피소드(110~129쪽), 프리랜서라서 받는 오해와 편견 등도 솔직하게 담겨 있었다. 클라이언트와 겪은 마음 아픈 이야기도 몇몇 담겨 있다.

 

생각해보건대 그 대표들이 굳이 내게 그렇게 행동해 이익을 얻을 건 없었다. 프리랜서 하나 바람 맞춘다고, 약속 좀 어겼다고 그들에게 얼마나 대단한 이익이 가겠는가. 그들이 그렇게 약속을 어긴 건 이익이 아니라, 아니 이익조차 날게 없을 정도로 프리랜서를 가볍게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 162~162쪽

사실 이렇게 낮은 고료에 상처받는 일이 처음도 아니었다. (중략)
"프리랜서 작가는 돈벌이가 시원치 않죠? 먹고살기 힘들겠네요."
이렇게 무례할 수가. 내가 돈벌이가 시원치 않다고 절절매며 일거리를 조를 거라 예상한 걸까. 몹시 불쾌해지는 바람에 나는 대답도 제대로 안 하고 얼른 자리를 파하고 돌아왔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프리랜서로 사는 이가 궁금했다. 그 삶 자체가 궁금했다기보다 업무 실태가 궁금했다. 저자 역시도 그런 것이 궁금해 에이전시에서 주최한 작가 모임에 참석했지만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다(281~291쪽)고 한다. 나 역시도 이 책에서 답을 찾진 못했다. 물론 어떻게 일감을 찾고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담겨 있긴 하다. 하지만 저자와 내 상황이 100% 일치하지 않으니 궁금증도 100% 해소되진 못했다.

 

그러나 프리랜서 기자로, 그가 만난 여러 인터뷰이와의 내용은 기대하지 못한 재미였다. 동경했던 아티스트를 취재한 일, 나이 지긋한 동양화 작가님과 두 번이나 함께 식사하게 된 일, 딩크족(DINK, 아이 없이 사는 부부)인 저자가 엄마들을 취재하며 '엄마'를 배우게 된 일, 취재 다니며 생긴 웃지 못할 해프닝 등. 비록 이 책에서 내가 기대한 답을 찾지 못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이 책을 내려놓은 이유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신예희,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 21세기북스, 2019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의 저자가 5년 차 프리랜서라면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의 저자는 20년 차 프리랜서다. 프리랜서의 에세이가 궁금하다면 읽을 만하다. 회사원이든 프리랜서든, 일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내용이 꽤 많다.

 

서메리,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 미래의창, 2019

회사원이던 저자가 어떻게 프리랜서 번역가가 되었는지 그 과정을 엿볼 수 있다.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와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가 '이 프리랜서가 사는 법'에 가깝다면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는 '이 프리랜서가 회사를 그만두고 번역가가 된 과정'에 가깝다. 참고로 저자는 번역 외에 일러스트 작업이나 웹툰 작업도 한다.

 


책 제목 :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
분야 : 자기계발
소분야 : 성공스토리
지은이 : 도란
출판사 : 원앤원북스
쪽수 : 296쪽
출간일 : 2020년 01월 10일 
ISBN : 97911704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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