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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는 나를 만들어 팝니다>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내가 기대한 것은 단 하나였다. 나처럼 프리랜서이거나 1인 기업가인 사람을 위한 책. 그러나 책을 몇 장 넘기자마자, 내 기대와는 조금 다른 책임을 깨달았다. 이 책에서 '파는 나'는 주로 직장인이고, 나를 사는 사람은 주로 '상사'이기 때문이었다. 특히 예로 나오는 상황이 그랬다. 결국 이 책의 내용을 한 줄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회사에서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신조어; 일+잘+er)로 인정받는 방법

 

이 책의 뒤표지에 수록된 추천사에 따르면 '이 책은 직장인의 생존 매뉴얼이자 삶의 비기를 담은 일종의 치트키 박스'라고 한다. <90년생이 간다>의 저자이신 임홍택 님의 추천사로,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한 내용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기대한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회사 밖에서 일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 역시도 누군가와 업무 관련 의사소통을 해야 하고, 지시받은 일을 처리해야 하는 일꾼이니까.

 

'나를 팔자'는 말은 자칫 많은 것을 간과한 채 '샤샤샥 잘 팔아서 한몫 챙겨보자'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의도였다면 《로또 번호 적중예상 200선》과 같은 책을 썼겠죠. 나를 짝퉁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내 판매가 사기가 되지 않으려면, 매 순간 자신의 능력을 다듬으며 진정성으로 채워나가야 합니다. - p.9 프롤로그

 

일하는 사람으로서, 공감하는 내용이 많았다. 내가 기대한 내용이 아니었지만 책을 놓지 못한 건 저자의 위트 있는 글솜씨 덕분이기도 했다.

 

능력에는 세 가지 특성이 있습니다. 통제성, 지속성, 목적성입니다. (중략)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과 자유자재로 사용 가능한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위에서도 말했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필요할 때 알맞은 정도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새벽에 신의 계시를 받아야만 보고서를 쓸 수 있다면 아마 보고서를 기다리는 상사의 입장에선 꽤나 난감할 것 같습니다. - 19쪽

 

'신의 계시를 받아야만 보고서를 쓸 수 있다'고 표현하다니. 불과 몇 개월 전, 직장인이던 내가 그랬다. 가끔은, 솔직히 표현하면 자주, 보고서의 신이 내리길 바랐다. 특히 기획안. 기획안은 너무 어려웠다.

 

프리랜서인 내게도 무척 도움이 된 내용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업무 능력을 어필하는 방법은 굉장히 다양하지만, 가장 가시적이고 주변 사람도 끄덕이게 만들 수 있는 요소는 '시간'입니다. (중략) 업무에 있어 시간 관리가 잘된다는 것은 여러 사람을 편안하게 만듭니다. 단순히 나의 업무가 효율적으로 바뀌는 것을 넘어서 내 자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 시안을 취합해야 하는 팀장님, 데드라인이 시급한 클라이언트 등 업무가 얽혀 있는 동료들에게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죠. 당신을 둘러싸고 안정과 신뢰의 여론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 33~34쪽

 

직장인이든 프리랜서든 마감 없는 사람이 있을까? 하물며 자영업자도 영업시간을 잘 지키는 것이 기본 중 기본일 테고, 친구와의 관계는 또 어떤가. 시간은 안정과 신뢰라는 말이 무척 와닿았다. 

 

정곡이 찔리는 내용도 있었다. '기획은 시작부터 마무리까지의 과정을 감당하는 것을 의미'(p.48)하며, '할 줄 안다는 말은 내 선에서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뜻'(p.49)이라는 말과 '꼼꼼함이 반드시 느림을 동반하는 것은 아니'(p.82)라는 말이 그랬다. 다음 내용으로도 뜨끔했다.

 

자꾸 '가치, 평화, 공유, 사회, 모두의 만족, 추구, 도모, 높인다...' 등등의 추상적인 말이 많아지는 이유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 가진 어휘 및 어휘 활용 능력이 부족하거나
- 양가감정 때문에 갈등하고 있거나
- 자신의 진짜 욕망을 숨기고 싶거나 - 174쪽

 

생각만 많고 그것을 구현해내지 못하고 있는 요즘의 나에게 자극이 된 내용도 있었다.

 

생각 자체는 형태가 없기 때문에 직접적인 재화가 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유형의 무언가를 만들기 위한 훌륭한 재료가 되죠. - 98쪽

나와 관계가 없어 보여도 이란 머릿속에 담아두려 노력해 봅시다. 양이 질을 만들어냅니다. - 112쪽

 

내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지침으로 삼을 만한 내용도 있었다. 이 내용은 얼마 전 카드뉴스에서도 접한 내용인데, 내가 그 카드뉴스로 영업(?)당해서 이 책을 펼쳤다.

 

그렇다면 어떤 일을 선택해야 적당한 값을 받고 내 작업도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세 가지 조건을 만들어 체크해 봅시다.

① 처음부터 끝까지, 제작 공정을 경험해 봤거나 빠삭하게 알고 있는 것을 선택하세요.
실제품이나 소비자에게 직접 가닿을 서비스, 콘텐츠를 만들 때 가장 위험한 건 '환상과 짐작'입니다. '대략 초반에 어떻게 시작할지는 알겠는데 나머진 알아서 어떻게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나머진 어떻게 되지 않습니다. (후략)

② 내 재능이 열 가지라면 그중 돈이 되는 것을 취합시다.
물론 내 기준이 아니라 상대방이 돈을 주는 재능을 우선 선발해 키우세요. (중략) 초기 단계에서 이것저것 비용으로 전환시키면서 상대방이 내 어떤 재능을 인정하고 값을 치르는지 계속 확인해 봐야 합니다.

③ 나를 자극하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것은 다릅니다.
자극을 주는 일을 쫓지 말고 일정한 과정과 결과를 내는 일을 찾고 발견하세요. (중략) 짜릿함에 속지 마세요. - p.211~212

 

블로그 하나에도 내 갈피를 못 잡고 고민하는 나에게 안성맞춤인 조언도 있었다. 저자의 말처럼, 나 자신에게 집중해 '줏대'를 세워 봐야겠다.

 

글을 써온 이야기를 통해 제가 강조하려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의 필요성입니다. 소비자를 위해 어느 정도 나를 정제할 필욘 있겠습니다만, 궁극적인 콘셉트는 항상 내 중심을 향해 있어야 합니다. 내가 아닌 모습으로 소비자의 욕구를 무조건적으로 맞추는 것은 답이 아닙니다. 그 모습을 받은 소비자도 딱히 기쁜 마음은 아닐 것입니다. - 227쪽

 

서두에 이미 밝혔듯, 다른 누군가와 소통하고 일하는 모든 이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이왕이면 '직장인'이 보면 좋겠다. 저자가 마케팅하는 디자이너라 마케팅, 디자인 이야기가 예로 많이 나오니 직장인 중에서도 마케터나 디자이너라면 더 잘 공감할 것이다.


 

책 제목 : 팔리는 나를 만들어 팝니다
분야 : 자기계발
소분야 : 자기관리/처세
지은이 : 박창선
출판사 : 알에이치코리아
쪽수 : 312쪽
출간일 : 2020년 02월 10일 
ISBN : 9788925568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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