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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 감옥이 있다. 한 층에 2명씩 수감되며 가운데 크게 뚫린 구멍으로 음식이 담긴 리프트가 이동한다. 음식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간다. 위층에서 많이 먹을수록 아래층에서는 먹을 것이 없다. 위층에 있을수록 유리한 셈이다. 바로 영화 《더 플랫폼》의 내용이다.

 

영화 《더 플랫폼》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영화 《설국열차》, 꼬리칸에서 머리칸으로 

《더 플랫폼》을 보며 떠오른 영화는 《설국열차》(2013)였다. 《더 플랫폼》에서 계층은 수직 공간에 그려지고, 《설국열차》에서 계층은 열차라는 수평 공간에 그려진다는 차이가 있다. (사족을 달자면, 수평 공간이란 평등한 공간이라는 말이 아니라 화면 구도상 가로로 놓였다는 말이다.)

 

영화 《설국열차》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설국열차》에서는 엔진이 있는 앞쪽 칸(머리칸)에 가까울수록 상위 계층이 산다. 사치스러울 정도로 편한 삶을 사는 앞쪽 칸들과 달리 꼬리칸은 춥고 배고픈 사람이 가득하다. 결국 커티스(크리스 에반스 분)를 중심으로 반란(?)이 일어난다. 

 

한 칸 한 칸 이동할수록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꼬리칸 사람들의 주식이던 블록(양갱과 비슷하게 생긴)의 정체, 일정 주기로 어린아이를 머리칸으로 데려간 이유, 머리칸 윌포드와 꼬리칸 길리엄 사이의 비밀, 반란의 진짜 배경 등이 밝혀진다.

 

며칠 뒤면 미국 TNT에서 드라마판 《설국열차》(2020.05.17~)가 방영된다 하니, 드라마 《설국열차》는 어떤지 기대해본다.

 

영화 《더 플랫폼》, 오늘의 계층에 안심하지 마라

수직 공간이냐 수평 공간이냐의 차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설국열차》에서는 한 번 정해진 계층은 그대로 이어진다. 그래서 꼬리칸 사람들은 늘 굶주리고 머리칸 사람들은 늘 호의호식한다. 그리고 그것을 뒤집기 위해 반란이 일어나는 것이었다.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더 플랫폼》에서는 계층이 고정적이지 않다. 30일이 지나면 층이 랜덤으로 바뀐다. 위층에 있던 사람이 아래층으로, 아래층에 있던 사람이 위층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무서운 복불복이다.

 

더 무서운 건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이다. 높은 층(특권층)에 있는 사람은 아래층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다. 적당량만 먹는다면 전 층 사람 모두가 먹을 수 있는 양이지만 높은 층 사람들은 자신의 특권을 포기하지 않는다. 위층 사람들이 양껏 먹고 먹다 남은 것들만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게 된다. 게다가 이미 높은 층에 위치해도 이미 더 높은 층으로 가길 원한다. 상대를 죽여서라도 자신의 배고픔을 해결하려는 마음은 또 얼마나 끔찍한가.

 

영화 《더 플랫폼》을 보면 알게 된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그 이기심도 상상 이상이라는 것을.

 

영화 《더 플랫폼》 결말(스포 있음) 중심 줄거리

고렝그(이반 마사귀 분)는 수직으로 설계된 감옥 48층에서 깨어난다. 한 층에는 2명씩 수감되며, 가운데 플랫폼을 통해 위에서 아래로 음식이 배급된다. 고렝그와 같은 층에 수감 중인 트리마가시(조리온 에귈레오르 분)는 과실치사죄로 1년형을 선고받고 시설에 들어왔다. 하지만 고렝그는 학위를 받을 수 있다는 조건으로 6개월간 시설에 들어가기로 자원한 것이었다. 트리마가시는 고렝그에게 감옥의 규칙 등을 일러준다. 고렝그는 위에서 내려온 음식을, 남이 먹다 남긴 것이라며 역겨워하지만 허기를 참지 못하고 허겁지겁 먹는다.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30일 뒤, 층이 재배치되고 고렝그는 171층에서 깨어난다. 그러나 이미 침대에 온몸이 묶인 채였다. 171층까지 음식이 내려오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 트리마가시가 고렝그를 침대에 묶어버린 것. 조금이라도 내려온 음식을 혼자 독식하겠다는 건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배고플 때 고렝그의 살을 잘라 먹으려고 한 것이었다(소름).

 

며칠 뒤 굶주린 트리마가시가 고렝그의 살을 도려내려는 찰나 플랫폼을 타고 내려온 여자, 미하루(알렉산드라 마상카이 분)가 고렝그를 구출해준다. 미하루는 딸을 찾아 매달 플랫폼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는 여자였다. 미하루는 트리마가시의 살을 잘라 고렝그에게 나눠주고 또 아래로 내려간다.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또다시 30일 뒤, 고렝그는 이모기리(안토니아 산 후앙 분)라는 여자와 33층에서 깨어난다. 이모기리는 고렝그가 시설에 들어올 때 인터뷰한 행정부 직원이었다. 이모기리는 이 시설의 끔찍함을 몰랐고, 뒤늦게 알게 되어 이를 바로잡으려 했지만 실패했다고 말한다. 시설에서도 음식 배분에 대해 사람들을 설득하지만 먹히지 않는다. 고렝그는 이모기리에게 미하루와 (미하루가 찾아다니는) 아이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이모기리는, 이 시설에 어린아이는 들어오지 못하며 미하루는 혼자 들어왔다고 말해준다.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다음 날, 고렝그는 202층에서 깨어난다. 이모기리는 이미 자살한 상태였고, 고렝그는 이모기리의 살을 먹으며 버틴다. 또다시 층이 배정되고, 고렝그는 그동안 배정된 층 중 가장 높은 층인 6층에서 깨어난다. 6층에 함께 배정된 바하랏(에밀리오 부알레 분)은 더 높은 층으로 올라가려 하지만 실패한다. 고렝그는 바하랏을 설득해 아래층으로 향한다.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고랭과 바하랏은 사람들에게 음식을 배급하고 싸우기도 하며 점차 아래로 내려간다. 그 와중에 위험에 처한 미하루를 도와주지만 결국 미하루는 죽고 만다. 고렝그가 예상한 층은 250층이었지만 층은 더 많았고, 결국 333층에서 플랫폼이 멈춘다. 고랭은 그곳에서 침대 밑에 숨어 있는 아이(미하루의 딸)를 발견한다. 고랭은 아이에게 판나코타(푸딩처럼 생긴)를 먹인다. 맨 위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을 이들(행정관들)을 향한 메시지였던 셈.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다음 날, 바하랏은 아래로 내려오며 다친 부상으로 결국 죽고, 고렝그는 아이를 플랫폼에 태운다(고렝그는 타지 않는다). 고렝그가 아이가 올라가는 것을 보려고 몸을 돌리고, 영화는 이후 내용을 보여주지 않은 채 열린 결말로 끝이 난다.

 

《더 플랫폼》가 말하려는 것은 《설국열차》와 비슷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잔인하고, 무겁고, 어둡다. 이래서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구나 싶다. 영화 속 여러 상징으로 해석을 좋아하는 관객들 사이에 계속 입소문을 타고 있는데, 아쉽게도 내 취향은 아니다.

 

(차라리 《설국열차》 두 번 볼래...ㅠㅠ)


영화제목 : 더 플랫폼
영문제목 : The Platform, El Hoyo
장르 : SF/스릴러
감독 : 갈데르 가스텔루-우루티아
출연 : 이반 마사귀, 조리온 에귈레오르, 안토니아 산 후앙
상영시간 : 94분
등급 : 청소년관람불가
개봉일 : 2020.05.13
영화소개 : 0 … 33 … 101 …30일마다 랜덤으로 레벨이 바뀌는 극한 생존의 수직 감옥 ‘플랫폼’ 최상위 레벨 0에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음식도 인간성도 바닥나는데…

 

영화제목 : 설국열차
영문제목 : Snowpiercer
장르 : SF/액션/드라마
감독 : 봉준호
출연 :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 에드 해리스, 존 허트, 틸타 스윈튼, 제이미 벨, 옥타비아 스펜서, 이완 브렘너, 고아성
상영시간 : 126분
등급 : 15세이상관람가
개봉일 : 2013.08.01
영화소개 : 새로운 빙하기, 그리고 설국 17년 인류 마지막 생존지역 기상 이변으로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은 지구. 살아남은 사람들을 태운 기차 한 대가 끝없이 궤도를 달리고 있다. 춥고 배고픈 사람들이 바글대는 빈민굴 같은 맨 뒤쪽의 꼬리칸, 그리고 선택된 사람들이 술과 마약까지 즐기며 호화로운 객실을 뒹굴고 있는 앞쪽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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