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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북스 리뷰어(북딩 3기) 활동으로 책을 무료로 제공받았음을 미리 밝힙니다.


제목을 듣고 떠올려본 줄거리는 슬픈 이야기였다. 엄마가 일찍 세상을 떠났다거나 딸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거나 하는 그런 결말을 예상했다. 그래서 보는 내내 이 행복한 분위기가 언제 반전될 것인가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아이러니하게도 엉뚱한 이야기를 생각했던 덕에 책을 덮었을 때 기분이 참 이상했다. 반값 할인 음식만 사다 먹는다거나 놀이동산이 가고 싶어 자판기에서 잔돈을 찾아다닌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그렇게 슬프지 않았다. 엄마 다나카와 딸 하나미가 함께하는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반짝반짝 빛나는 일인지 더 크게 와 닿았다. 어릴 적 우리 집 형편도 그리 좋진 않았는데, 엄마는 늘 살아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댔다. 하나미네도 그랬으려나. 

 

예전에 엄마랑 만약에 다시 태어난다면 뭐가 좋을지 얘기한 적이 있다. 부자가 좋다고 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벌레가 좋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먹고 배설하고 그냥 사는 거야. 삶의 보람이니 의무니 과거니 장래니 일이니 돈이니 하는 것과 관계없이 단순하게 살다가 죽는 게 좋겠어."
나는 하나도 안 좋을 것 같지만 벌레든 동물이든 괜찮으니까 다시 태어나도 엄마의 딸이었으면 좋겠다. - 23p

 

위 부분을 읽었을 때 초등학생 때 일이 생각이 났나. 어버이날 편지에, 엄마한테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하고 싶다고 쓴 적이 있다. 그 편지를 보고 엄마는 많이 우셨다. 눈물이 많으신 편이긴 하지만 그 말이 무척 감동이었다고 했다.

 

하나미를 보면서 기특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드리밍랜드에 가고 싶은 하나미는 엄마에게 돈을 달라고 하는 대신 자판기 동전을 찾아다닌다. 결국 드리밍랜드에 가지 못하게 되었어도 하나미는 아이답지 않은 생각을 한다.

 

아마 무리해서라도 돈을 줄 것이다. 나는 무리하는 게 싫은 거다. 내가 놀기 위해서 엄마가 무리를 하는 것이. - 176p

 

산사에서 만난 마리에 가족을 바라보면서도 마찬가지다.

 

나와는 너무나 먼 사람. 완전히 다른 세계의 사람은 질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 194p

 

왜 가난한 집 아이는 이토록 빨리 철이 드는 걸까. 책을 읽기 전 생각해본 이야기(신파)와는 너무도 다른 잔잔한 이야기였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죽어버리고 싶을 땐 일단 한 끼를 먹고 그 한 끼만큼 살아보라는 엄마 다나카의 쿨함도 좋았다.

 


책 제목 :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분야 : 소설
소분야 : 가족/성장소설
지은이 : 스즈키 루리카
출판사 : 놀
쪽수 : 288쪽
출간일 : 2019년 05월 29일 
ISBN : 979113062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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