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북스 리뷰어(북딩 3기) 활동으로 책을 무료로 제공받았음을 미리 밝힙니다.
몇 주간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린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를 샀다. 읽어야지 하면서도 아직까지 읽지 않았다. 그러다 『철학이 필요한 순간』을 집어들었다. 아무래도 요즘 내가 철학이 필요한 순간인가 보다. 이 책을 먼저 읽고 철학을 무기로 만드는 건 다음에 해야겠다고 농담했다.
강연을 정리한 책이라는 점에서는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이 떠올랐다. 『열두 발자국』은 강연의 생생함을 함께 담으려 노력했다면 『철학이 필요한 순간』은 강연 내용을 잘 다듬어 전달하려 노력한 것 같았다.
“강박적으로 모든 것에서 쓸모를 찾는 현대사회에서, 오직 쓸모없는 것만이 우리가 의미를 되찾도록 돕는 데 쓸모가 있을 것(26쪽)”이라고 말하는 점에서는 최태성의 『역사의 쓸모』가 떠오르기도 했다. 다음 내용을 읽으면, 철학을 역사로 바꾸어 생각해도 될 만큼, 두 저자가 말하는 바가 비슷하다고 느꼈다.
우리는 삶에서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것,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제가 이 강의를 통해 다루려는 ‘태도 또는 관점(standpoints)’입니다. 이것은 끊임없이 유동하는 불확실한 이 세상에서 우리가 흔들리지 않고 굳게 서 있을 만한 단단한 토대를 제공하지요. 그런데 오늘날 이런 생각은 안타깝게도 상당한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바로 ‘도구화’라 불리는 사회 흐름 아래서 말이지요. 도구화란 우리가 목적으로 삼아야 하는 것들이 다른 것들을 성취하기 위한 수단이나 도구처럼 취급되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 13쪽
이처럼 쓸모없음의 쓸모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은 도구화에 저항하는 최전선에서 우리를 지키고 이끌어줍니다. 쓸모없는 것이란 우리가 다른 것을 성취하기 위한 도구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를 위해 하는 일입니다 그런 일들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들이지요. - 67쪽
주변 사람들과 ‘관계 맺음’이 힘들었는지, “4장 세상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_키르케고르의 자기”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갓 태어나 말도 못하는 작은 인간이 칸트가 말한 존엄을 지닌 개인이 되기 위해서는 부모, 형제자매, 친구 등 무수히 많은 타자의 눈을 통해 자신을 보아야만 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관계할 때 비로소 우리 자신과 관계하는 법을 배웁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다른 사람들에게 빚지고 있는 셈입니다. - 116쪽
몇 달 전부터 독서모임에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도 “5장 불확실한 세상에서 신뢰를 쌓는 방법_아렌트의 진실”을 읽으며 조금 엿볼 수 있었다.
아렌트를 비롯해 제가 강의에서 소개하는 여러 철학자라면 우연성 자체보다 우리가 이 우연성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이런 말을 격언처럼 듣고 삽니다. 누구나 예측 불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으므로 유연하게 적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이지요. 하지만 이런 주장은 결과적으로 지금 같은 상태를 유지하자는 말일 뿐, 현실의 문제를 분명하게 이해하고 대응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좀 더 현명한 응답은 이런 것입니다. 안정성은 세상에 주어진 조건이 아니기에, 그것을 만드는 일이 바로 우리 손에 달려 있다고 말입니다. - 133~134쪽
철학 책은 지루하고 어려울 줄 알았는데 (지하철에서 읽었는데도) 술술 잘 읽혀서 좋았다. 지금 나에게 힘이 되어줄 10명의 철학자를 만난 기분이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도 얼른 읽고, 두 책을 비교해 봐야겠단 생각이 든다.
책 제목 : 철학이 필요한 순간
분야 : 인문
소분야 : 교양철학
지은이 : 스벤 브링크만
출판사 : 다산초당
쪽수 : 276쪽
출간일 : 2019년 07월 12일
ISBN : 979113062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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