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아버지 금수현, 아들 금난새의 교향곡

category 책수다 2019. 12. 8. 22:02

※다산북스 리뷰어(북딩 3기) 활동으로 책을 무료로 제공받았음을 미리 밝힙니다.


부끄럽게도 나는 음악적 소양이 거의 없다. 평소에도 (대중가요를 포함) 음악을 가까이하는 편이 아니다. 내가 배운 모든 것은 초, 중, 고등학교를 거치며 배운 음악 수업이 전부. 그나마도 지금은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백지 같다랄까. 그런 내 얕디 얕은 수준은 이 책의 제목과 저자명을 보았을 때 탄로 났다.

 

금수현, 금난새 저, <아버지와 아들의 교향곡>

 

지휘자 금난새는 알고 있어서, '아버지'쪽이 당연히 금난새 님일 것이라 생각했다. 금수현 님의 이름이 먼저 나와 있음에도 말이다. 책 소개를 읽고 나서야, 금난새 님이 아들이라는 것, 내가 모른 그 이름 '금수현' 님이 '아버지'쪽이고,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곡가이자 성악가이시란 것을 알게 되었다.

 

금수현, 금난새, <아버지와 아들의 교향곡>

외할머니(김말봉 님)는 소설가, 아버지(금수현 님)는 작곡가이자 성악가. 금난새 님 자체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었는데, 대단할 수밖에 없는 환경 아니었나 하는 느낌이 팍 왔다. 소위 금수저 아닌가? 음악가인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라 생각해 펼쳤는데 초반부터 기가 죽었다. 내 경우에는 고개를 돌리면 있을 법한 필부필부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대적할 수 없는 상대) 이야기를 펼쳤나 해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는 않았다. 그래서 다음 내용을 읽을 때 뜨끔했다. 책 초반에 내가 가진 편견에 일침 하는 내용이었다.

 

문화라는 건 이처럼 우연한 계기로 발전된 것들이 많다. 어쩌면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제대로 잘 갖춰진 환경 속에서만 멋지고 기막힌 작품이 탄생하는 게 아니다. 시작은 보잘것없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기나긴 과정을 거치는 동안 얼마든지 웅장하고 화려한 것이 나올 수 있다. 큰 열매는 결코 큰 씨앗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 209쪽

 

아버지 금수현 님의 일화를 보고 있자니, <이이효재>를 읽는 기분도 들었다. 금수현 님과 이이효재 님 모두 일제강점기를 거쳤고 열린 사고를 하셨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랬다. 오늘날이면 당연한 여러 문화(영화관 에피소드라든지)를 처음 겪었을 당시의 에피소드들도 재미있었다. 곳곳에 음악이 묻어나는 것도 좋았다.

 

이 책의 백미를 꼽자면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묻어난 대목들이었다.

 

글을 쓰다가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습니다. 젊었을 때는 제 나름대로 아버지를 극복하기 위해 애를 썼는데, 나이를 먹다 보니 어느새 제가 아버지를 점점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 겁니다. 자꾸 글도 쓰고 싶고, 노래도 부르고 싶고, 말도 많아지고,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일들이 늘어납니다. 어쩌겠습니까? 이것 역시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천성인 것을요. - 270쪽

 

나도 요즘 느낀다. 내가 좋아하는 모습도, 싫어하는 모습도 점점 아빠를 닮아가고 있다고... 말 잘 듣고 착한 딸이 되고 싶지만 맨날 속만 썩이는 중. 에세이 한 편 읽고는 아빠 생각에 푹 빠졌다. 


책 제목 : 아버지와 아들의 교향곡
분야 : 시/에세이
소분야 : 한국에세이
지은이 : 금수현, 금난새
출판사 : 다산책방
쪽수 : 272쪽
출간일 : 2019년 11월 18일 
ISBN : 9791130625935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제 글이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를 꾸욱 눌러 주세요. 저에게 큰 힘이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