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북스 리뷰어(북딩 3기) 활동으로 책을 무료로 제공받았음을 미리 밝힙니다.
책 소개를 처음 접했을 때 떠오른 소설은 정유정의 <28>이었다. <28>은 개와 인간에게 전염되는 전염병 '빨간 눈 괴질'로 인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인간과 가까이(어쩌면 가장 가까운) 동물인 개가 공포의 대상이 되어버린 도시. (정유정 소설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28>을 읽으면서 느낀 섬뜩함, 공포감이 꽤 오래 남았었다. 그래서 '한국 SF'라든지 '재난 공포소설'이라든지 하는 키워드를 보자 <28>이 떠올랐다.
첫 장면은 공중화장실에서 관리인에게 걸리지 않게 몰래 씻는 '그녀'에게서 시작한다. 그녀는 피부가 마치 허물처럼 벗겨지는 각화증을 앓고 있는 파충류 사육사다. 그녀는 피부 각화증 완화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 들어 있다는 'T-프로틴'을 챙겨 먹는다. 이 가상의 도시에는 방역 센터가 있고, 격리 구역이 있으며 거대 제약 회사의 통제를 받고 있다. 이렇게 가상의 도시에 센터, 구역이 그려지니 이희영의 소설 <페인트>가 떠올랐다.
초반에 소설을 읽어나가며 그려본 느낌은, <28>과 <페인트> 사이의 어딘가쯤.
이 도시에는 전설이 하나 있다. 전설 속의 뱀 '롱롱'이 허물을 벗으면 세상의 모든 허물이 벗겨진다는 것이었다. (아니 나는 왜 이 대목에서, 윤흥길의 <장마>에 나오는 구렁이를 떠올렸을까. 허허.)
전설은 전하는 입마다 다르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을 다음 사람에게 전하기 때문이야. 믿음은 저절로 싹을 틔우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믿을 것인지 스스로 택하는 게야. 제 손으로 터를 파서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올려 집을 짓는 것이지. 너는 스스로 허물을 벗으면 마땅히 다시는 입지 않아야 한다고 믿었던 게지. (201쪽)
정말로 무서운 건 무엇일까. 허물이 벗겨지는 피부병일까 전설을 믿게 하는 헛된 희망일까. 여러 소설, 영화에서 그렸듯 진실을 감추고 통제하려는 이들일까.
작가의 말을 읽으니, 집필할 때 제목이 '롱롱'이었다고 한다. <소원을 말해줘>보다 <롱롱>이 더 좋은데? <롱롱>으로 지었으면 <진이, 지니>(이것도 정유정 소설로, 극중 주인공 이름이 '진이', 보노보 이름이 '지니'다)가 떠올랐으려나?
책 제목 : 소원을 말해줘
분야 : 소설
소분야 : 한국소설
지은이 : 이경
출판사 : 다산책방
쪽수 : 304쪽
출간일 : 2019년 11월 04일
ISBN : 9791130626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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