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욕구가 하늘을 찌를 뻔한, 오늘 같은 날.
'다행이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어.' 그렇게 말하고 웃어넘기니 아, 살 맛 난다.
경제적으로 조금 어려웠던 환경 탓에 치열하게 살았다. 같은 시간, 같은 돈이면 더 많은 것을 얻어내고 이루려고 애를 많이 썼다. 하지만 남들이 보는 나는 그렇지 않게 보였던 걸까.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첫 직장에서, 나의 선임은 나에게 회사에 놀러 나오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 회사에 올 때는 죽을상을 하고 나와야만 한다는 것인가? 나에 대해서 얼마나 안다고 저런 말을 함부로 하는 거지? 그렇게 생각했지만 마음은 상했다. 그때의 나는, 지금 다시 생각해도 고개를 저을 만큼 악으로 깡으로 버티고 있던 때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괴로운 이유는 우리의 믿음, 즉 '노력'이 우리를 자주 배신하기 때문이다. 나는 죽어라 열심히 노력하는데 고작 이 정도고, 누구는 아무런 노력을 안 하고도 많은 걸 가져서다. 분명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배웠는데, 또 노력하면 다 이룰 수 있다고 배웠는데 이상하다. 뭔가 속은 것 같다. 잘못 살아온 것만 같다. 그렇다고 노력을 멈출 수도 없다. 그나마 지금 정도도 유지하지 못할 것 같다. 어떻게 사는 게 맞는지 알 수 없어서 괴롭다.
왜 노력이 우리를 배신하는지, 그럼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물어도 난 답을 알지 못한다. 다만 괴로움을 줄이는 법은 안다. 분하지만 '인정'해버리는 것이다.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고, 노력한 만큼 보상이 없을 수도, 노력한 것에 비해 큰 성과가 없을 수도 있다'라는 사실을 인정하면 괴로움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다.
이 대목을 읽으며 나는 그때의 일이 떠올랐다. 내가 마음이 상했던 것은 노력이 나를 배신했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렇다면 선임은 어땠을까? 선임이 생각하기에 내가 노력하지 않고도 많은 걸 가져가는 아이처럼 보였을까? 이제 와 그때의 나는 그런 아이가 아니었다고 당신이 잘못 본 것이라고 변명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 역시도 다른 누군가를 보며 같은 생각을 할까 두려운 마음이 든다.
갑작스러운 조직개편으로 회사가 어수선하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참아왔던 퇴사욕구가 폭발한 것인지 퇴사한(또는 퇴사예정인) 동료들이 많다. 그들을 바라보며, 나 역시 사직서를 품고 있는 한 사람으로, 괴롭다. 이 괴로움 역시 저자의 말처럼 '노력'이 나를 배신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드는 감정이다. 때때로 상사가 나를 불합리하게 대우한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나는 이만큼 노력했는데 그 보상은 쥐똥만큼, 아니 보상이라는 것 자체가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저자의 말처럼, 인정할 건 인정해야겠다. 노력이 나를 배신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과 성과는 별개라고.
<뼈 있는 아무 말 대잔치>에서 말한 멘탈 금수저가 되는 10가지 방법 중 '노력과 결과는 다른 영역'이라고 말한 대목이 위 내용과 매우 비슷하다.
2018/10/12 - [책수다] - <뼈 있는 아무 말 대잔치> 인생 선배의 현실 조언, 자기계발 동기 부여!
퇴사욕구 하늘을 찌를 뻔한, 오늘 같은 날에도 사직서를 내놓지 않고 무사히 퇴근했다. 이제 막 시작한 나의 글쓰기를 이어나가기 위해서였다. 내가 이렇게나 글쓰기를 좋아하는 걸 회사에서는 알까? "네가?"라며 코웃음이나 치지 않으면 다행이다. 나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책 만드는 것도 좋아하는데 아직 인정받고 있진 않다. 나에겐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는데, (특히나 요 며칠은) '인정받고 안 받고'와는 관계없이 매일 글 쓰는 이 시간이 즐겁다. 누가 와서 보는지도 모르는 글이지만 쓰고 있는 이 순간이 즐겁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한다고 모두에게 인정을 받는 건 아닐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걸 해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어차피 결과를 알 수 없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는 게 낫다. 남들의 인정에 목매지 말고 자기 세계에 집중하다 보면 그 세계가 더 단단해져 결국은 사람들도 인정하게 되지 않을까? 끝내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하고 싶은 걸 실컷 했으니 남들의 취향에 맞추려고 노력만 하다 끝내 인정받지 못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모두를 맞추려다간 아무도 못 맞출 수 있다.
그러니 많은 사람에게 잘 보이려 하지 말고, 우리 모두 수염을 기르자. 무난한 사람보다는 개성 있는 사람이 되자. 안티를 두려워하지 말자. 우리가 개성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은 유치한(?) 마음 때문이라는 걸 되새긴다면 선택은 한결 가벼워진다.
맞다. 모두를 맞추려다간 아무도 못 맞출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아무도'에는 나 자신도 포함한다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나 하나에게는 맞출 수 있으니 그거면 된 거 아닐까? 심지어 확률 100%로 말이다. 언젠가 내가 다른 사람을 신경 쓰며, 그 누구에게도 맞출 수 없는 일을 하려고 하거든 위 대목을 다시 꺼내 읽어 보아야겠다. 나 하나에게라도 맞추게 말이다.
책 제목 :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분야 : 시/에세이
소분야 : 한국에세이
지은이 : 하완
출판사 : 웅진지식하우스
쪽수 : 288쪽
출간일 : 2018년 04월 23일
ISBN : 978890122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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