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해봤니? 난 해봤어."라고 말하는 듯한 제목에 이끌려 책을 꺼냈다.
글을 잘 쓰기보다 꾸준히 쓰고 싶어서.
나에게 블로그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티스토리에는 2008년에 개설한 블로그가 있고, (백수로 한창 놀 때인) 2015년에도 추가로 하나를 더 개설하고, 올해 초에도 하나 더 개설했다. 티스토리에서 개설한 횟수로만 따지면 이게 벌써 4번째다. 만든 순서로는 가장 마지막이지만 가장 열심히 글을 올리고 있다. 이전에 열었다 닫았다 한 3개의 블로그는 왜 유지하지 못했을까? 그 이유를 나는 잘 안다. 내 욕심 때문이었다. 글을 잘 쓰고 싶은 욕심, 방문자가 많이 오는 글을 올리고 싶은 욕심. 지금은 그런 욕심은 많이 버렸다(다 버렸다고는 차마 말 못 하겠지만).
하루에 글 하나씩은 쓰자고 마음먹었다. 블로그를 개설한 날부터 오늘까지 하나씩 포스팅도 하고 있다. 이런 나의 결심이 흔들릴까 싶어서 동지를 찾기로 했다. 김민식 PD의 <매일 아침 써봤니?>다. "넌 해봤니? 난 해봤어."라고 말하는 듯한 제목에 이끌려 책을 꺼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글을 잘 쓰는 방법이 아니라 글을 꾸준히 쓰는 방법이었다. 이 책은 내게 필요한 내용을 무척 잘 담고 있다.
저는 매일 아침 블로그 글쓰기로 용기를 키웁니다. 글을 쓸 때 ‘이게 재미있을까?’, ‘사람들이 이걸 보러 올까?’, ‘이런 후진 글을 썼다고 흉보지는 않을까?’ 이런 고민은 하지 않습니다. 그냥 그 순간 가장 쓰고 싶은 글을 씁니다. 매일 하나의 글감을 떠올리고 제목을 뽑고 편집을 하며 창의성을 단련합니다. 속으로 삭이기만 해서는 절대 발전하지 않아요. 자꾸자꾸 끄집어내야 합니다.
누가 내 글을 보러 오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때로는 잘못된 키워드로 들어온 것을 보면 헛웃음도 나온다(그래도 검색은 되고 있단 거네). 가장 먼저 올린 포스팅은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올렸다. 그 뒤로 하나씩 더해지면서 글 욕심이 자꾸 난다. 포스팅을 작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이렇게 흘러가다간 또다시 도중에 그만두겠구나 싶었는데, 다음 내용을 읽었다.
“너 정말 빨리 찍는구나. 어떻게 일주일에 다섯 편씩 찍는 거지? 비결이 뭐야?”
“난 포기가 빨라.”
사실이에요. 무려 2년 6개월 동안이나 일일 시트콤을 찍어낼 수 있었던 건 최선을 고집하기보다 재빠르게 차선과 타협한 덕입니다. 저라고 왜 욕심이 없겠어요. 연출을 하다 보면 촬영 장소가 마음에 안 들어서, 대본이 마음에 안 들어서, 연기가 마음에 안 들어서, 날씨가 마음에 안 들어서 등 촬영을 접어야 할 이유가 매번 수십 가지입니다. 하지만 촬영을 오늘 내에 마쳐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예요. 안 그러면 내일 방송 펑크라는 것.
매일 블로그에 새 글을 올리면서도 같은 고민을 합니다. 이게 과연 내가 쓸 수 있는 최고의 글일까?'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좋은 글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은 없습니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끈질기게 매일 올려야 날마다 찾아오는 사람이 늘고, 보는 사람이 늘어야 신이 나서 글도 쓰고, 그래야 결국 글도 는다고 믿거든요.
저자의 말처럼, 일정 부분 포기해야겠다. 내가 글 하나에 자꾸 집착한다고 글이 훨씬 나아지진 않는다. 포기하지 못하면 나 혼자 아등바등거리다가 결국 무너질 것을 안다. 이미 3번이나 그렇게 블로그를 닫아 보았으니까.
블로그 글쓰기 팁도 알려 주는데, 다음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블로그 글쓰기가 쉬워지는 세 가지 요령이 있어요. 이들 하나하나를 모아보세요. 어떤 일에 대한 과거의 경험이 하나, 그 일에 대해 검색이나 독서로 알아낸 정보가 하나, 그 일이 내게 던져준 주제가 하나입니다. 다시 말해 하나의 에피소드(이경규의 부산행 KTX), 하나의 정보(감독의 제작 인터뷰), 하나의 메시지(연상호 감독처럼 돌파하라) 이렇게 세 가지 요소만 모이면 글이 만들어집니다.
지금은 읽은 책을 글로 남기고 싶은 마음에 서평을 많이 올리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부분은 사진으로 찍어 두었다가 글을 쓸 때 꺼내 본다. 그런데 어떤 부분은 모아 놓고 보면 내가 쓰려는 글과 어울리지 않는다. 분명 글을 읽을 때는 마음에 들어서 찍어둔 것인데 말이다. 아마도 저자가 말하는 요소 중 '메시지'가 다른 부분과 어울리지 않는 부분일 것이다. 어떻게든 넣고 싶어서 글의 방향을 고쳐야 하나 고민도 한다. 이제는 과감히 포기해야겠다.
내가 진정 결점까지 이해하고 평생토록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나 자신입니다. ‘나는 내 인생을 주제로 한 휴먼다큐의 주인공이다. 나를 아껴주고 사랑하자.’ 이것이 블로거에게 마땅한 삶의 자세가 아닐까요? 블로그에서 다뤄야 할 삶의 주인공은 나입니다. 휴먼다큐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하루하루 더 열심히 즐겁게 삽니다. 멋진 삶이라 기록하는 게 아닙니다. 기록에 남기고 싶은 일상을 하루하루 즐기다 보면 멋진 삶이 되는 겁니다. 오늘도 나는 나를 응원합니다.
누군가는 화장에 관심이 많아 뷰티블로거가 되고, 누구는 맛집을 자주 다녀 맛집블로거가 되고. 그런데 나는 딱히 주제가 없었다.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긴 하는데 무엇을 글로 담아야 하는지 막막했다. 일기라도 적을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서평만 해도 그렇다. 서평을 적기 전에는 그냥 그랬던 책인데, 서평을 다 쓰고 나면 감흥이 다르다. 이 책으로 써야지 하는 순간부터 할 말도 더 많아진다.
대학교 1학년 때 영어 학습 동호회를 만들면서 동아리 표어를 공모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가 낸 표어가 선정되어 지금도 동아리 방에는 1987년 당시의 그 표어가 걸려 있습니다.
“꾸준한 오늘이 있기에, 내일은 무한하다.”
과연 우리에게 인생의 황금기는 언제 올까요? 저는 그 시기가 평생 오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전성기가 지났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슬픈 일은 없으니까요. 제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믿으며 평생을 살고 싶습니다.
책을 덮으며, 꾸준히 해야겠다는 의지가 솟는다. 조금 지쳤었는데 한결 낫다. 에너지바 하나를 먹은 기분이랄까. 마지막으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을 꼽아 보았다. 저자가 고등학교에서 강연을 할 때, 아이들에게 해준 이야기다.
여러분, 직업은 꿈이 아니에요. 의사가 되고, 변호사가 되고, PD가 되는 건 꿈이 아니에요. 그 직업을 통해 무엇을 하느냐가 진짜 꿈이에요. 의사가 되어 실천하고, PD가 되고, 의사가 되어 아픈 사람을 도와주고, 변호사가 되어 정의를 실천하고, PD가 되어 재미난 이야기를 만드는 것, 그게 진짜 꿈이지요. 의사가 아니라도 아픈 사람을 도울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요. 변호사만 사회 정의를 실천하는 것도 아니고요. 마찬가지로, PD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이야기를 만들고 나눌 수 있어요. 블로그도 있고 팟캐스트도 있고 유튜브도 있어요. 개인이 미디어를 만들기가 이렇게 좋은 세상이니, 부디 방송사 PD나 기자라는 직함에 너무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 꿈은 작가다. 소설가나 수필가나 그렇게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고,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이제는 내 꿈을 다시 생각해야겠다. 내 꿈은 이야기를 담는 사람이다. 다만, 그 이야기를 글에 담는 것뿐. 나에게 담기는 이야기는 때로는 얕고 좁고 작고, 때로는 깊고 넓고 크고 그랬으면 좋겠다(내 필명 담해의 뜻이기도 하다).
책 제목 : 매일 아침 써봤니?
분야 : 자기계발
소분야 : 자기혁신/자기관리
지은이 : 김민식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쪽수 : 248쪽
출간일 : 2018년 01월 12일
ISBN : 9791162202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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