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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서점에서 발견했을 때 내게는 편견이 있었다. 그 무렵 읽은 여러 책에서 말과 글을 이야기했지만 뻔한 이야기에 그쳤고, 이 책도 그런 책인 줄 알았다. <말 그릇>이란 제목에는 자꾸 눈길이 갔지만 읽지 않았다. 그러다 이 책이 무척 좋았다는 지인의 말을 들었다. 이 책에 관한 다른 정보도 많았는데도 내 마음을 움직인 건 결국 사람의 '말'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자존감 수업>(윤홍균 저)이 떠올랐다. <자존감 수업>에 두 딸이 건강한 자존감을 갖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면 <말 그릇>에는 아들이 큰 말 그릇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느낌이었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엄마 마음이 담긴 목소리로 읽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런 사람들, 다양성을 고려하며 유연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말 그릇이 큰 사람’이라고 부른다. 말을 담아내는 그릇이 넉넉한 사람 말이다. 그릇이 좁고 얕은 사람은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싶은 대로 말을 쏟아내지만 그릇이 넓고 깊은 사람, 심지어 그 상황과 사람을 바라보는 자신의 입장까지 고려해서 말한다. 이것은 단순한 말 기술의 차이가 아니다. 살면서 만들어진 말 그릇의 차이 때문이다.
말은 한 사람의 인격이자 됨됨이라고 한다. 말을 들으면 그 말이 탄생한 곳, 말이 살아온 역사, 말의 나이를 짐작할 수 있다. 말은 한 사람이 가꾸어 온 내면의 깊이를 드러내기 때문에 말 그릇을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내면이 성장해야 한다.

작은 말 그릇
· 말을 담을 공간이 없다.
· 말이 쉽게 흘러넘친다.
· 불필요한 말을 많이 한다.

큰 말 그릇
· 많은 말을 담을 수 있다.
· 담은 말이 쉽게 새어나가지 않는다.
· 필요한 말을 골라낼 수 있다.

// p.30~31


말 잘하는 기술을 배우고 싶다면 <말 그릇>은 적합한 책이 아니다. 물론 책에서 그런 내용을 다루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말' 그 자체가 아니라 말을 담고 있는 '그릇'에 초점이 있다(그래서 책 제목이 말 그릇이었구나. 나는 너무 늦게 깨달았다). 내가 가진 그릇이 큰지 작은지, 어딘가 균열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말 습관도 마찬가지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잘못된 표현이 있다면 그것을 사용할 때 내 말투는 어떠한지, 내 표정은 어떠한지, 내 마음은 어떠한지 찬찬히 다시금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누구의 영향으로 혹은 어떤 사건의 영향으로 그러한 습관을 지니게 됐는지 돌아봐야 한다. 어느 시점에 내 말이 성장을 멈췄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말은 몇 초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오지만, 그 한마디 한마디에는 평생의 경험이 담겨 있다. 따라서 당신의 말 그릇을 살핀다는 것은 말 속에 숨어 있는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과 같다. 만약 당신의 말이 잘못되어 있다고 느낀다면 그 이유 역시 당신의 마음 안에 있을 것이다.
// p.42


예문도 여럿 등장하는데, 가끔 내가 했을 법한 말도 담겨 있어서 뜨끔했다. 그동안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로도 그릇이 참고 넘쳐, 다른 이의 말을 잘 담아주지 못했다(그릇이 얼마나 작았으면..ㅠㅠ). 


반면 말 그릇이 넉넉한 사람들은 한 사람의 공식 안에는 그들만의 사정이 있음을 알고 있다. 각각의 공식에 관심을 보이고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려고 노력한다. 내 생각과 다른 생각을 들을 때도 쉽게 대화를 포기하지 않고, 상대의 공식을 먼저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그들은,
  · 질문하고,
  · 인정한다.
한 사람의 공식 속에는 숨겨진 배경과 충분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그 삶을 직접 살아보지 않고 공식의 가치를 논할 수는 없다.
// p.113


1부와 2부에서 말 그릇을 이야기했다면 3부와 4부에서는 듣기 기술, 말하기 기술을 이야기한다. 눈치챘겠지만 말하기보다 듣기가 먼저다. 예전에 전공 수업 때(국어 교육과정 수업이었던 것 같은데), 교수님께서 비슷한 설명을 해주신 적이 있다.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순으로 교육과정이 진행되는 이유를 설명해 주셨다. 인지발달 순서 역시 듣기가 가장 먼저인데, 대화에서도 그렇다. 잘 듣지 않으면 잘 말할 수 없다. 머리로는 아는데 실제 대화할 때는 왜 자꾸 잊는지 모르겠다.


이제 진심을 끌어올리는 듣기의 기술 몇 가지를 알아보자. 상대의 말에 따라 울지 않고, 미안하다며 물러서지 않고, 성급하게 해결하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 기억해야 할 세 가지 포인트를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 Fact(사실 듣기) :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Feeling(감정 듣기) : 진짜 감정을 확인한다.
· Focus(핵심 듣기) : (말하지 않더라도) 알아주었으면 하는 핵심 메시지를 발견한다. 
이른바 3F다. 각각의 기술을 별개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함께 사용하는 게 더 큰 시너지를 일으킨다.
// p.189


말하기 기술로는 질문에 관하여 이야기했다. OFTEN 질문법이다. 그동안 내가 해온 질문은 열린 질문보다 닫힌 질문에 가까웠다. 상대의 생각을 묻기보다 나와 같은 생각이길 바라고 질문했다. 생각과 의도를 담지 않은 질문, '중립적 질문'은 거의 하지 않았다.


Opened Question (열린 질문) - 잠재되어 있는 생각과 의견을 풍성하게 이끌어낼 수 있는 질문

iF Question (가설 질문) - 가상의 제약을 넘어서, 다양한 입장과 관점에서 생각하게 하는 질문

Target-oriented Question (목표지향 질문) - 미래의 목표에 초점을 맞추어, 긍정적 힘을 이끌어내는 질문

Emotion Question (감정 질문) - 사실 이외에, 사람에 초점을 맞추어 심정을 헤아리는 질문

Neutral Question (중립적 질문) - 생각/의도/감정을 강요하지 않은 질문

// p.250


책을 읽으며 계속 나를 돌아봤다. 반성했다. 다른 이가 내게 상처 준 말은 잘 기억하면서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 줬을 말은 잊고 살았다. 녹슨 수도관으로 물을 쏟아내고 있진 않았는지, 내 말 그릇은 어떤지 잘 살펴야겠다. 대화란 대상의 문제가 아니라 능력의 문제라는 저자의 말을 잊지 말고, 내 말 그릇을 넉넉히 가꾸고 대화 능력을 키워야겠다.



책 제목 : 말 그릇

분야 : 자기계발

소분야 : 대화와화술

지은이 : 김윤나

출판사 : 카시오페아

쪽수 : 308쪽

출간일 : 2017년 09월 22일

ISBN : 9791185952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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