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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하 지대넓얕)이 동명의 책으로 나오고 난 뒤에야 채사장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지대넓얕>이 책 읽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았을 책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책을 읽진 않았다. 그러다 <지대넓얕 : 현실너머편>(지대넓얕2)에 이어 <시민의 교양>까지, 채사장의 신작이 연이어 나올 시점에서 의무감에 못 이겨 <지대넓얕>을 읽었다.


너무 얕은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었지만 내게는 꽤 유익했다. 아마도 내가 가진 지식의 그릇이 그 정도를 수용할 정도밖에 안 되었나 보다. <지대넓얕>을 재밌게 봐서 이 책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도 기대하며 손에 쥐었다. 타인과의 관계, 세계와의 관계를 말하려 한다는 것이 제목에 너무도 분명히 나왔다. 표지도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라니. 



서점 제공 사진을 쓰는 것이 낫겠다며 사진을 참 못 찍는다고 구박받은 똥손.

하지만 일단 올린다. 아, 심지어 핀도 안 맞았다.



하지만 너무 기대했던 걸까. <지대넓얕>과는 달리, 저자의 혼잣말을 읽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지대넓얕>이 지식을 전달하려는 목적이 분명했다면 이번에는 자신의 생각을 펼쳐놓은 것 같았다. '내가 생각하는 세계관은 이렇습니다.'를 펼쳐놓는 장이었다. 지인 중에는 그런 면이 마음에 든다는 이도 있었다. 내가 생각한(기대한) 서술 방법이 아니어서 나와는 맞지 않았다. 부(Part)마다 후반부에 풀어놓은 소설 같은 이야기들은 조금 억지인 느낌도 들었다.


그러므로 만남이란 놀라운 사건이다. 너와 나의 만남은 단순히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넘어선다. 그것은 차라리 세계와 세계의 충돌에 가깝다. 너를 안는다는 것은 나의 둥근 원 안으로 너의 원이 침투해 들어오는 것을 감내하는 것이며, 너의 세계의 파도가 내 세계의 해안을 잠식하는 것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일 거다. 폭풍 같은 시간을 함께하고 결국은 다시 혼자가 된 사람의 눈동자가 더 깊어진 까닭은. 이제 그의 세계는 휩쓸고 지나간 다른 세계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더 풍요로워지며, 그렇기에 더욱 아름다워진다.
헤어짐이 반드시 안타까운 것은 아니다. 그것은 실패도 낭비도 아니다. 시간이 흘러 마음의 파도가 가라앉았을 때, 내 세계의 해안을 따라 한번 걸어보라. 그곳에는 그의 세계가 남겨놓은 시간과 이야기와 성숙과 이해가 조개껍질이 되어 모래사장을 보석처럼 빛나게 하고 있을 테니.
// 이별에 대하여_사랑은 떠나고 세계는 남는다


곳곳에 '채사장'이 많이 묻어난다는 점이 <지대넓얕>과는 또 다른 점이었다. 채사장이 풀어내는 이야기 꼭지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이 생각해 온 주제인가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이런 사유를 할 수 있는 채사장이 무척이나 부럽다.


책 제목 :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분야 : 인문
소분야 : 철학에세이
지은이 : 채사장
출판사 : 웨일북(whalebooks)
쪽수 : 256쪽
출간일 : 2017년 12월 24일
ISBN : 9791188248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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