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독서모임에서 연말 행사로 책 교환 이벤트를 했다. 교환할 책을 제비뽑기로 선택했다. 꼼꼼하게 포장된 상자(락앤락 통;;) 속에 <너에게 전하는 밤>이 있었다. 이전에 독서모임 채팅방에서 공유해 준 글귀가 마음에 들어 찜해 두었던 바로 그 책이었다.


상처를 준 사람은 의도가 없었고
상처를 받은 사람은 죄가 없었다.
그렇게 의도 없이 불어온 바람에
누군가는 한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 p.14 여린 마음


SNS 채널 중에서도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해진 분들의 책은 손이 잘 안 갔다. 글자 수에 제한이 있거나 사진 위주 채널에서는 글 자체가 짧기도 하고 그 특유의 감성이 잘 안 맞기도 해서. 한편으로는 이 책이나 저 책이나 비슷해 보이기도 해서 그랬다. 그런데 간혹 이렇게 짧은 글 속에서도 묵직한 한 방이 있었다.



<너에게 전하는 밤>을 읽으니 <언어의 온도>가 생각났다(사실 <언어의 온도>를 읽은 지 오래되어서 가물가물하지만).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묻어나는 글귀를 볼 때면 특히 그랬다. 다정한 말투가 글속에 그대로 묻어났다.


긴 글과 짧은 글이 다양하게 담겨 있었지만 마음에 드는 글은 짧은 글이 더 많았다. 그 짧은 글이 오글거려서 안 읽었던 것이었는데도 말이다. 글자는 몇 자뿐이었으나 그 사이사이 내가 읽어낼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이런 면 덕분에 다른 이들에게도 많이 사랑받은 것이 아니었을까.


책에서 전한 여러 밤 중에, 나는 인간관계에 관한 밤들을 담았다. 같은 글을 보더라도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글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크게 다를 텐데, 아마도 내가 지금 인간관계로 치이고 있나 보다. 


'선'이란 건 그랬다.
그 기준과 경계가 아무 모호해서
의도치 않게 넘어 버리고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 p.95 선


나 자신에 관한 내용들도 와닿았다. 회사 일도 그렇고, 의기소침한 날이 늘었다. 그런데 다음 글을 보고 위로를 받았다. 요즘 내 모습이었다.


여기까지라고 말하는 순간
자꾸만 뭔가에 걸려 넘어졌다.
언젠가부터 스스로 한발 물러나
한계를 만들어 가고 있던 것이다.
// p.152 한계


지금은 절판된, 루이스 A. 타타글리아의 <아름다운 비행>에 '과거의 안경을 통해 본다'는 글귀가 있었다.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질 않지만 내 경험에 한정해 세상을 바라본다는 그런 의미였다. 그 책을 본 지도 20년 가까이 되어가는데, 아직도 나는 스스로 만든 굴레와 한계에 갇혀 버둥대고 있었던 걸까.


책을 읽었는데, 인스타그램의 감성에 흠뻑 취했다. 펑펑 눈이 내리는 겨울밤, 침대 옆 은은한 스탠드 하나만 켜두고 침대에 기대 누워 읽으면 좋은 책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눈 나빠지고 허리 망가진다.)




책 제목 : 너에게 전하는 밤

분야 : 시/에세이

소분야 : 한국에세이

지은이 : 채민성

출판사 : 지식인하우스

쪽수 : 220쪽

출간일 : 2018년 01월 25일 

ISBN : 9791185959498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제 글이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를 꾸욱 눌러 주세요. 저에게 큰 힘이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