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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북스 리뷰어(북딩 3기) 활동으로 책을 무료로 제공받았음을 미리 밝힙니다.


보라보라섬. 이 책을 읽기 전에도, 후에도 보라보라섬이 어디에 있는지 감이 잘 안 온다. '남태평양 언저리까지 가서도 손가락이 방향을 잃고 헤매던 때(5쪽)'가 있다던 한때의 저자처럼. 이런 섬이 어딘가 존재하긴 하지? 그 물음에, 일기인 듯 소설인 듯 펼쳐진 이야기는 말했다. 여기 있다고. 사진까지 콕 박아가면서...

 

그 사진을 보면서도 보라보라섬을 존재하지 않는 오아시스나 파라다이스처럼 느낀 건 저자의 글빨이리라.

 

김태연, 우리만 아는 농담

동북아시아에서 온 저자가 인종, 언어, 종교가 모두 다른 코잉브으헤의 가족에게 환대를 받았다거나(88쪽) 마트직원에게 고추를 한아름 선물받았다거나(138~139쪽). 저자가 느끼고 감동받은 순간을 나도 덩달아 느끼며 흐뭇했다. '진정한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는 말은 모르긴 몰라도 자영업자가 한 말은 아닐 거라는(226쪽) 말에서는 빵 터졌고. 다음 내용을 읽으면서는 그리운 내 사람들이 떠올랐다.

 

벌써 디에고를 못 본 지 여러 해가 지났다.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나와 남편은 두 번이나 이사를 했고, 디에고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다. 보라보라를 떠난 다음 해, 디에고에게 엽서가 왔다. 우리도 엽서를 보냈다. 지금은 페이스북 메시지도 잘 남기지 않는다. 서로의 사진에 가끔가다 '좋아요'를 눌러줄 뿐. 하지만 별 걱정은 하지 않는다. 우리가 아무리 먼훗날 다시 만난다 해도, 우리에게는 우리만 아는 농담이 있기 때문이다. (207쪽)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더 와닿았던 표지날개의 문구를 전하며, 글을 마친다.

 

섬은 꿈꿔왔던 것만큼 완벽하기만 한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딘가에 산다는 것은 원래 그런 것이 아닐까? 낯선 세계가 숨겨왔던 표정을 발견해나가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시시콜콜한 오늘은 나누는 일. 우리를 괴롭히는 사소한 일들에 다시 사소한 위로로 맞서는 일.

 


책 제목 : 우리만 아는 농담
분야 : 시/에세이
소분야 : 한국에세이
지은이 : 김태연
출판사 : 놀
쪽수 : 280쪽
출간일 : 2019년 10월 16일 
ISBN : 9791130626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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