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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비저블 맨》을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보이지 않는 사람' 즉 '투명 인간'이다. 공포 영화를 못 보는 편인 나도 이 영화는 눈길이 갔다. '투명 인간'이라는 소재가 주는 매력도 있지만 《겟아웃》과 《어스》 제작진이 만든 공포 영화라 기대감이 생긴 것도 있었다(코로나19 영향으로 개봉한 영화가 적은 이유도 있었다).

보이지 않는 것의 공포

영화 《인비저블 맨》 원작은 1933년 개봉한 영화 《투명 인간》이다(위 포스터 중 오른쪽). 한발 더 나아가면, 허버트 조지 웰스의 소설 『투명 인간』이 원작이다. 소설 『투명 인간』이든 영화 《인비저블 맨》이든, 투명 인간을 다룬 이야기는 한 과학자에게서 출발한다. 자신의 모습을 보이지 않게 하는 데 성공한 과학자. 결국 보이지 않는 것을 통해 공포를 이끌고, 더 나아가 인간의 이중성, 고독 등 내면(이 또한 보이지 않는 것)을 파고든다.

 

영화 《인비저블 맨》은 주인공 세실리아가 소시오패스 남자친구 애드리안에게 도망치는 것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애드리안의 자살 소식이 전해지고 거액의 유산을 받는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하지만 유산을 받는 데에는 세실리아가 온전한 정신 상태여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인비저블 맨(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투명 인간인가 정신질환으로 인한 망상인가

영화 《인비저블 맨》의 초반에는 '애드리안이 정말 죽은 것인가?' 더 나아가 '세실리아가 정신 질환이었다는 것으로 밝혀지는 것일까?' 의심했다. 그러면서도 누가 앉은 것처럼 푹 눌리는 이불이나 소파, 김 서린 유리에 생기는 손자국 등 장면 하나하나 긴장하며 봤다. 사운드부터 공포감을 한껏 끌어올리는 연출은 《겟아웃》, 《어스》를 재밌게 본 사람에겐 취향 저격일 듯.

인비저블 맨(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세실리아는 자신이 보내지 않았음에도 언니에게 폭언한 메일이 보내져 있고, 자신과 이웃 소녀만 있는 상황에서 소녀가 폭행을 당하는 등 이상한 일을 겪으며 애드리안이 죽은 것이 아니라 투명 인간이 되는 방법을 발견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세실리아의 예상처럼 그의 주변에 투명 인간이 있었다(세실리아가 페인트통을 쏟아부어 발견). 집 안에 숨겨진 연구실에서, 전신에 카메라가 달린 투명 인간 수트를 발견하고, 자신의 생각이 맞았음을 깨닫는다.

 

메일(애드리안이 보낸 것으로 추정하는) 때문에 사이가 멀어진 언니를 레스토랑으로 불러, 애드리안이 죽지 않았고 투명 인간이 되어 자신의 주변에 있음을 전한다. 그때, 갑자기 칼이 공중에 뜨더니(투명 인간이 든 것) 언니의 목을 베고, 그 칼을 세실리아에게 쥐여준다.

인비저블 맨(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언니를 살인했다는 누명을 쓴 세실리아는 투명 인간이 한 짓임을 주장하지만 (이미 관객도 망상이 아니라 투명 인간 짓임을 알지만) 정신병원 독방에 갇히고 만다. 심지어 세실리아는 피임약을 바꿔치기한 탓에 임신까지 한 상태였다.

소소한(?) 반전 결말(결말 있음, 스포 있음)

영화 《인비저블 맨》에는 반전이라고 하기는 조금 약한, 소소한(?) 반전이 있다. 영화 《인비저블 맨》의 반전은 애드리안의 동생 톰. 세실리아에게 애드리안 죽음과 유산 소식을 전해준 이는 변호사이자 애드리안의 동생인 톰이었다. 그런데 정신병동에 찾아왔을 때는 애드리안과 공범인가 의심하게 된다. 아이를 낳으면 다시 애드리안 곁에서 좋게 돌아간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투명 인간과의 사투 끝에 그를 죽인 뒤, 수트를 벗기니 톰이었다(뭐야, 애드리안이 아니고?). 애드리안도 지하실 벽 너머에 결박당한 채 갇혀 있었다. 톰이 모두 계획한 상황으로 전개되는 분위기.

 

그러나 세실리아는 이전에 벌어진 일은 모두 애드리안의 짓이고, 감금으로 꾸며낸 것이라 주장한다. 세실리아는 투명 인간 수트를 입고, 애드리안이 직접 목을 그어 자살한 것처럼 보이도록 살인한다. 언니가 당한 것처럼 말이다. 그런 다음 수트를 벗고 나타나 자살한 애드리안을 발견한 것처럼 오열한다. CCTV에는 자살한 애드리안과 이후에 그를 발견한 세실리아만 찍혔을 뿐.

 

마지막 장면에서 묘한 표정을 지으며 밖으로 나오는 세실리아의 모습으로 영화가 끝난다. 이 결말로 인해, 《인비저블 맨》 결말에 대한 해석이 여럿으로 나온다. 세실리아의 말처럼 애드리안이 다 꾸며낸 이야기인지, 애드리안도 감금된 피해자이고 톰이 진범인지 의견이 갈린다.

 

영화 《겟아웃》만큼 흥행할 것 같진 않으나 《겟아웃》을 재밌게 본 사람이라면 볼만하겠다.

 

함께하면 좋은 영화, 책

영화 《겟아웃》, 《어스》

제작진이 같다. 비슷한 분위기, 연출을 볼 수 있다.

 

허버트 조지 웰스의 소설 『투명 인간』

원작소설. 한국어판으로는 문예출판사에서 2008년 출간된 것(임종기 역)과 열린책들에서 2011년에 출간된 것(김석희 역)이 있다.

 

 


영화제목 : 인비저블맨
영문제목 : The Invisible Man
장르 : 공포
감독 : 리 워넬
출연 : 엘리자베스 모스
상영시간 : 124분
등급 : 15세이상관람가
개봉일 : 2020.02.26
영화소개 :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소시오패스 남자에게서 도망친 세실리아. 그의 자살 소식과 함께 상속받게 된 거액의 유산하지만 그날 이후,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존재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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