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없는 후기입니다.
이 영화를 기다린 건 내가 아니었다. 아빠와 함께 영화 프로그램(출발 비디오 여행 같은)을 보고 있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꼽는 아빠가,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소개를 주의 깊게 보셨다.
"학도병 이야기래. 저 영화 개봉하면 보러 가자." 하셨다.
<봉오동 전투>가 실망스럽던 터라 전쟁 영화가 별로 땡기지는 않았지만 알았다고 했다. 그래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마침 개봉일도 '문화의 날'이니 못해도 본전(=영화비?)은 건지겠다.
한국판 <덩케르크>를 그렸던 것일까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을 보는 내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동의 <덩케르크>(Dunkirk, 2017)가 생각났다. 각각 장사상륙작전과 덩케르크 상륙작전(다이너모 작전)이라는 실화를 배경으로 했다. 앳된 얼굴을 한 군인들이 바다를 헤엄치고 모래사장을 뛰어다니고, 포탄이 터지며 사방으로 모래가 튀고... 이거 참, 자꾸 <덩케르크>가 생각나잖아?!
규모로 따지면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을 <덩케르크>에 비할 정도는 못 됐다.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려낸 것이니 그렇기도 하겠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데 상륙작전 규모를 뻥튀기할 수는 없으니까. 누군가는 상륙작전이라는 공통점으로 두 영화를 비교하면 안 된다고 할 수도 있겠다. 관객인 내 입장에서는 이것도 보고 저것도 보니, 자꾸 비교가 되는 걸.
그래도 좋았던 것은
이전 몇몇 영화에서 보여준 감성 자극용 장면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명량>(2014)에서 '후손들이 알까'를 이야기하던 마지막 장면처럼 말이다. 부제가 '잊혀진 영웅들'이니 당연히 그런 요소가 있겠거니 했었다.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면 담백한 수준이었다. 학도병 개개인의 서사를 깊이 다루어 눈물 콧물 다 빼내지도 않았다.
학도병의 서사가 빠지며 캐릭터 매력이 감소한 부분이 생겼다(중간은 어디일까. 너무나 어렵다). 대신, 잔잔한(어쩌면 담백한) 울림이 있는 상륙작전을 그려냈다. 대중이 잘 알지 못한 '장사상륙작전'을 영화로 그려줘서 고맙다.
논외지만 메간 폭스(매기 역)와 조지 이즈(스티븐 대령 역)를 이 영화에서 보니 반갑더라.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과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로 천의 얼굴을 보여준 이재욱(이개태 역)도 나온다.
영화제목 :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영문제목 : Battle of Jangsari
장르 : 전쟁
감독 : 곽경택, 김태훈
출연 : 김명민, 최민호, 김성철, 김인권, 곽시양, 메간 폭스
상영시간 : 104분
등급 : 12세이상관람가
개봉일 : 2019년 9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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