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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N번째 이별중》이 지난 4월 1일 개봉했다. 물리학 천재 '스틸먼(에이사 버터필드 분)'이 여자친구 '데비(소피 터너 분)'와 헤어진 뒤, 이를 되돌리려 타임머신을 만든다는 것이 이 영화의 큰 줄기이다. 로맨스 영화인데다 타임머신이 핵심이니 스토리야 뻔하다. 시간을 되돌리며 여러 해프닝을 겪고 결국은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내용으로 끝나겠구나.

 

n번째 이별중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사랑의 블랙홀》, 《어바웃 타임》의 뒤를 이을 수 있을까

주말에 TV를 보다 우연히, 한 남자가 자고 일어나면 계속 같은 날짜인, 타임 루프에 빠진 영화를 보게 되었다. 말 그대로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만난 영화인데 그 영화가 머릿속에 깊이 박혔다. 타임 루프에 빠진 이야기는 자칫 반복되는 상황이 지루할 수 있다. 김명민, 변요한 주연의 영화 《하루》(2017 개봉, 미스터리/스릴러)가 그랬다. '언제까지 이렇게 반복할 거야!' 불만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영화는 지루함이 없었다. 그 영화가 바로 《사랑의 블랙홀》(1993년 개봉, 코미디/로맨스)이다.

 

좌 : 사랑의 블랙홀, 우 : 어바웃 타임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제목처럼 시간에 관한 영화 중 최고가 된 《어바웃 타임》(2013년 개봉, 로맨스/멜로)은 또 어떤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 영화를 아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영화를 가장 아끼는 영화(최애 영화)로 꼽는 사람도 많다. 손을 꼭 쥐고 눈을 질끈 감았다만 뜨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설정에도 팀(도널 글리슨 분)의 사랑을 응원하고, 아버지(빌 나이 분)의 사랑에 눈물 흘린 영화였다.

 

《N번째 이별중》은 조금 더 신식(?)이 되었다. 물리학 천재가 만든 타임머신. 게다가 핸드폰으로 타임머신을 제어한다. 가문의 내력이라는 것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설정이다. 같은 사건이 반복되어 지루할 수 있는 부분도 거의 없다. 《사랑의 블랙홀》처럼 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어바웃 타임》처럼 되돌리려는 몇몇 시점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굳이 따지자면 《N번째 이별중》은 《어바웃 타임》의 밀레니얼 세대 버전 영화 같다.

 

《어바웃 타임》의 뒤를 이을 수 있을까? 누군가의 최애 영화로 기억에 남을 수 있을까? 일단 내 대답은 '아니오'이다. 《어바웃 타임》을 기대하고 본다면 무척 아쉬운 영화다.

 

《아이 필 프리티》만큼 재미있을까

《N번째 이별중》 제작진은 《아이 필 프리티》(2018년 개봉, 코미디) 제작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N번째 이별중》은 《아이 필 프리티》만큼 재미있을까? 《아이 필 프리티》는 다이어트 스피닝 수업 중에 머리를 다쳐, 내가 예쁘고 아름답게 보이는 착각에 빠진 르네(에이미 슈머 분)를 보며 한참 웃고 울던 영화였다. 외모 지상주의를 꼬집으면서도 그렇게 교훈적인 내용으로만 흘러가지 않은 건 위트 있는 연출 덕분이었다(물론 뒤로 갈수록 조금 식상해졌지만).

 

《N번째 이별중》에서도 그런 연출을 볼 수 있나? 이건 반 정도는 그렇다고 답해주고 싶다. 하지만 이 역시도 아쉽다. 주인공 스틸먼은 답답하고, 스틸먼의 친구이자 이 영화의 웃음 포인트를 맡은 인물인 에반(스카일러 거손도)은 철없어 보였다. 웃기려고 만든 장면인데 웃기지 않았다.

 

좌 : 아이 필 프리티, 우 : 나비 효과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나비 효과》가 떠오른 결말(스포 있음)

나(스틸먼)와 만나는 것 자체가 연인(데비)에게 해가 된 것이다. 그러니 처음으로 돌아가 시작조차 하지 않겠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나비 효과》(2004년, 스릴러/판타지)의 결말과 비슷하다. 《나비 효과》에서 에반(애쉬튼 커처)도 끔찍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과거를 계속 바꾸지만 현재는 더 악화되고 만다. 결국 켈리와의 첫 만남에서 서로 스쳐 지나가는 것을 선택한다. 심지어 극장판 결말은 더 극단적이어서 애초에 태어나지 않는 쪽을 선택한다.

 

시작하지 않는 쪽이 낫겠다는 스틸먼의 생각은 예견된 수순이었는지 모른다. 바꾸고 싶은 장면으로 돌아간 스틸먼은 상황이 바뀌었음에도 그 상황에 진심을 다하지 못하고, 미래(이별한 상황)가 바뀌어 있는지에만 관심을 갖는다. 데비에게는 현재인 그 순간이 스틸먼에게 과거이기 때문에, 두 사람이 그 상황에 임하는 자세부터가 다르다. 이렇게 시간을 돌릴 거면 한 번 돌렸을 때나 제대로 하지. 그 생각이 자꾸 들었던 이유다.

 

《N번째 이별중》은 로맨스 장르이므로, 《나비 효과》와 같이 어두운 결말로 끝나진 않는다. 데비마저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해피엔딩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타임머신을 다룬 로맨스 영화가 그렇듯, 한 치의 오차 없이 끝나는 결말이다.

 

《N번째 이별중》 줄거리(결말 중심)

(전략) 과거를 수정하는 데 성공한 스틸먼은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다시 돌아온 현재에는 타임머신이 사라졌다. 헤어진 적이 없으니 타임머신을 만들지도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스틸먼은 데비와 다시 싸우게 되고, 또다시 헤어지기 직전에 받은 문자를 받는다. 무언가 결심한 듯한 스틸먼은 다시 타임머신을 만든다.

 

그리고 2년 후, 스틸먼은 데비와 결혼까지 한 상태다. 데비와 싸울 때마다 시간을 되돌렸기 때문에 (데비에겐) 둘이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 데비는 이상하다고 느끼지만 왜 이상한지는 알 길이 없다. 데비는 싸우고 서로 맞춰가는 것이 맞다고 말한다.

 

스틸먼도 데비가 변했다고 느낀다. 음악에도 관심이 없고, 웃지도 않고... 결국 자신의 욕심 때문에 데비가 행복하지 않게 되었다고 깨닫는다. 타임머신을 파괴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다시 만들게 될 것이니) 타임머신을 만들기 전으로 돌리려 한다.

 

하지만 데비에게 타임머신을 들키고, 데비는 그제야 스틸먼과 한 번도 싸우지 않은 이유를 알게 된다. 스틸먼은 에반의 차에 치이기 전으로 시간을 돌린다. 에반의 차에 치이면서 아이디어를 얻어 타임머신을 만들었기 때문에 차에 치이지 않으려고 에반의 차를 피해 도망 다니고 결국 사고는 나지 않는다. 이제 타임머신이 없으니 시간을 되돌리기 전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n번째 이별중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스틸먼은 공책을 돌려주러 온 데비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지나간다. 연인이 되지 않는 길을 택한 것. 이제 둘은 시작도 하지 않은 채로 멀어지는데, 이때 (미래의) 데비도 다시 시간을 돌려 과거로 온다. 둘의 첫 만남을 망쳐놓은 스틸먼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화를 낸다. 스틸먼은 진심을 다해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둘은 다시(과거로 돌아간 것이니 시간상 처음이지만) 시작한다.


영화제목 : n번째 이별중
영문제목 : Time Freak
장르 : 코미디/로맨스/멜로/SF/드라마
감독 : 앤드류 볼러
출연 : 에이사 버터필드, 소피 터너, 스카일러 거손도 
상영시간 : 104분
등급 : 12세이상관람가
개봉일 : 2020.04.01
영화소개 : '오늘 좀 만나, 할 말이 있어….' ​여자친구 `데비’에게 대차게 차여 충격받은 물리학 천재 `스틸먼’.
사랑하는 그녀의 마음을 되돌리고 싶은 그는 두뇌를 풀가동,
가장 후회되는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타임머신 어플을 개발하고 마는데...
​안 되면 될 때까지! 지우고 싶은 연애 흑역사는 바로 Ctrl+Z!
과연, '스틸먼'은 타임머신 어플로 완벽한 연애에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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