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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이 개봉할 때만 하더라도 '세계관(Universe)'이라는 말은 내겐 조금 낯선 용어였다. 지금은 익숙한 말이 되었지만 그 뜻을 정확히 알지는 못했다. '세계관'을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세계관'이란 게임의 시나리오를 이루는 시간적, 공간적, 사상적 배경이라고 나온다. 주로 마블이나 DC 영화로 자주 언급된 '시네마틱 유니버스(Cinematic Universe)'란 여러 작품(영화)들이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것, 다시 말해, 같은 시간적, 공간적, 사상적 배경을 이룬 것을 말한다.

 

콘텐츠도 콘텐츠지만 영화 한 편을 제작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으니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이루기는 쉽지가 않다. 그런 와중에 영화 《반도》의 개봉 소식은 반갑다. 마블이나 DC처럼 거대한 세계관은 아니더라도 연상호 감독의 세 작품도 하나의 세계관으로 엮여 있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서울역》, 이야기의 시작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서울역》은 이야기의 시작점에 있지만 개봉은 《부산행》보다 한 달 늦은 2016년 8월이다. 《부산행》의 프리퀄인 셈. 제작 시점은 《서울역》이 《부산행》보다 앞서지만 《부산행》이 먼저 개봉되었다.

 

《부산행》과 개봉 시기가 한 달 밖에 차이가 안 나지만 누적 관객 수는 147,037명 밖에 되지 않는다. 《부산행》 누적 관객 수가 11,567,662명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본래 연상호 감독은 《돼지의 왕》(2011년 개봉), 《사이비》(2013년 개봉) 등 애니메이션으로 여러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하지만 어둡고 사회비판적인 내용이 많아 호불호가 갈린다. 나도 사실 불호 쪽이다. 심야 영화로 《돼지의 왕》을 봤다가 집에 오는 내내 무서웠던 기억이 있다.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애니메이션 《서울역》은 이렇게 시작한다.

 

어떤 노숙자가 목에 상처를 입은 채 길거리를 돌아다닌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도와주지 않고 결국 그는 숨진다. 다른 노숙자가 서울역 역무원에게 사람이 죽었다고 알리지만 역무원이 도착했을 땐 노숙자가 보이질 않는다. 숨진 줄 알았던 노숙자는 근처 골목에서 사람을 산 채로 뜯어먹고 있었다.

 

처음 좀비가 된 노숙자가 어떻게 목에 상처를 입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예전에 영화 《괴물》이 개봉할 때만 하더라도, 독극물을 한강에 그냥 흘려 보냈다거나 하는 설정이 있었다. 그러나 《서울역》은 그렇지 않다. 이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좀비'라는 존재가 무언가 설명이 필요한 설정이 아니게 된 덕(?)이지 않을까. 그런 설정이 사족이 될 바에야 건너뛴다는 것인지도.

 

《서울역》에서 가출소녀 혜선(신은경 분)은 좀비를 피해 도망가다 발이 좀비의 손톱에 긁힌다. 이때 좀비에 감염된 것인지 《서울역》 마지막에서 좀비로 부활한다.

 

영화 《부산행》, K-좀비의 무서움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부산행》 이전까지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온 연상호 감독이 만든 첫 실사영화이다. 개봉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좀비' 영화가 성공할 수 있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엄청난 스피드와 실감 나는 분장으로 무장한 좀비 덕에 흥행에 대 성공!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영화 《부산행》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내려가는 KTX에 의문의 소녀가 탑승한다. 소녀에게 물어뜯긴 승무원을 시작으로 열차 안이 아수라장이 된다. 열차 밖 상황도 마찬가지. 부산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 부산은 안전할까?

 

KTX에 탑승하는 의문의 소녀. 배우 신은경이 맡은 이 소녀는 배역 이름도 딱히 없이 '가출소녀'로 되어 있다. 애니메이션 《서울역》에서 신은경이 목소리를 맡은 역할인 '혜선'도 가출소녀였다. 두 영화의 연결고리인 셈. 물론 《서울역》에선 다리를 긁힌 뒤 이미 좀비가 된 것으로 끝이 났지만 《부산행》에서는 다리를 물린 채 좀비가 되기 직전 상태로 열차에 탑승한다.

 

《부산행》은 임신한 성경(정유미 분)과 석우의 딸 수안(김수안 분)만이 겨우 부산에 있는 안전지대에 도착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부산은 좀비를 철저히 막고 있는 것처럼 묘사되었다.

 

애니메이션 《집으로》, 폐허가 된 도시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애니메이션 《집으로》는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판타스틱 단편 걸작선에 초청받은 작품이다. 좀비 바이러스로 폐허가 된 텅 빈 도시에서, 생필품 조달 제비뽑기에 걸린 20대 남자와 좀비 구역에 들어가기를 자처한 남자 40대 남자가 등장한다. 13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인데, 아쉽게도 보지 못했다.

 

영화 소개로 추정할 수 있는 건 '폐허가 된 텅 빈 도시'와 아직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이 좀비를 피해 활동하고 있다는 것 정도?

 

영화 《반도》,  《부산행》 4년 후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그리고 드디어, 《반도》 예고편이 공개되었다. 《반도》는 《부산행》 4년 후가 배경이다. 《부산행》까지만 해도 부산은 안전지대인 것처럼 묘사되었는데 공개된 《반도》 스틸사진을 보면 이미 안전지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4년이라는 시간은 영화 속에서 그리 큰 차이가 아닌데도 《부산행》과 등장인물이 겹치지 않는다. 《반도》 포스터 속 이레(준 역)를 보고, 《부산행》 속 생존자였던 수안의 4년 뒤 배역은 아닐까 생각했는데 《부산행》과는 별개의 이야기로 그려진다 하니 내 예상은 틀린 듯하다.

 

《부산행》과 《집으로》 등장인물은 무장 상태가 아니지만 《반도》 등장인물은 총으로 무장한 상태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바로는 인천에서 서울까지가 배경이라고 한다. '최후의 사투'라는 표현을 보아 좀비 시리즈의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다. 연상호 감독이 그리는 좀비 세계관은 어떻게 끝날지 기대해본다.

 

영화 《반도》 예고편

 


영화제목 : 서울역
영문제목 : Seoul Station
장르 : 애니메이션/스릴러
감독 : 연상호
출연 : 류승룡, 신은경, 이준
상영시간 : 93분
등급 : 15세이상관람가
개봉일 : 2016.08.17
영화소개 : “모든 것은 이 곳에서 시작되었다” 대한민국의 사회, 역사, 시대를 관통하는 서울역. 어느 날, 치유가 불가능한 상태의 노숙자가 비틀거리는 가운데 집을 나온 소녀(심은경)와 남자친구(이준), 그리고 딸을 찾는 아버지(류승룡)가 이 곳에 함께 한다. 이윽고 서울역을 시작으로 이상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하고, 서울은 삽시간에 통제불능 상태가 되는데...

 

영화제목 : 부산행
영문제목 : Train To Busan
장르 : 액션/스릴러
감독 : 연상호
출연 : 공유, 정유미, 마동석, 김수안, 김의성, 최우식, 안소희
상영시간 : 118분
등급 : 15세이상관람가
개봉일 : 2016.07.20
영화소개 : 전대미문의 재난이 대한민국을 덮친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대한민국 긴급재난경보령이 선포된 가운데,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은 단 하나의 안전한 도시 부산까지 살아가기 위한 치열한 사투를 벌이게 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 442KM 지키고 싶은, 지켜야만 하는 사람들의 극한의 사투!

 

영화제목 : 집으로
영문제목 : The Way Home
장르 : 애니메이션/스릴러
감독 : 연상호
상영시간 : 13분
영화소개 : 의문의 좀비 바이러스로 폐허가 된 텅 빈 도시. 좀비 구역의 생필품을 조달하기 위해 제비뽑기로 선택된 20대 남자와, 좀비 구역에 들어가기를 자처한 40대 남자. 천만 관객을 기록한 한국형 좀비물 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의 목숨을 건 귀환 로드무비!(2017년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영화제목 : 반도
영문제목 : Peninsula
장르 : 액션/드라마
감독 : 연상호
출연 : 강동원, 이정현, 권해효, 김민재, 구교환, 황연희, 김도윤, 이레, 이예원
등급 : 15세이상관람가
개봉일 : 2020년 여름
영화소개 :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반도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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