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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건 내가 자유로워지는 하나의 방법이다. 이것 또한 내 소중한 사람들이 꼭 알아주면 좋겠다."

책의 미리보기에서 이 문구를 보았다. 당장 다음 장을 넘겨 보고 싶어졌다.

 

 

머리말(시작하며)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처럼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지만 속은 곪아 있는, 애매한 사람들이 궁금하다.

 

그리고 그 말에 응답이라고 하려는 듯, 베스트셀러를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처음 인터넷서점 메인배너로 이 책을 알게 되었다. 메인배너는 대부분 출판사에서 거는 광고이기 때문에 이런 책이 나왔구나 정도만 보는 편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죽고 싶은 마음과 떡볶이는 먹고 싶은 마음. 너무 안 어울리는 두 마음이 저자뿐 아니라 나에게도 공존한다. 예전에 보았던 <졸린 데 자긴 싫고>(장혜현 저)가 서로 상반된 두 마음을 표현한 제목이었다면 이 책의 제목은 그보다 한발 더 나아간 느낌이다. 죽고 싶다는 마음이 가지는 무게감은 떡볶이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떡볶이는 그야말로 흔한 분식 메뉴이자 친구들과 수다 떨며 먹는 그런 음식이니까. 제목만 보고서는 가벼운 에세이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 책은 기분부전장애(가벼운 우울 증상이 지속되는 상태)를 앓는 저자가 담당 선생님과 대화한 내용이 담겨 있다. 저자의 치료 기록인데, 대화 내용 후 정리하는 한 쪽의 줄글은 저자의 일기를 훔쳐 보는 기분도 들게 한다. 저자는 담당 선생님과의 대화를 녹음하며 치료에 임했고 그 내용들이 책으로 나온 것이다. 저자가 담당 선생님에게 꺼낸 이야기는 내 예상보다도 더 솔직했다.

 

저는 혼자 노는 걸 좋아해요. 다만 전제가 있어요.

저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야 해요. 제 안부를 묻는 사람이 있어야만 혼자 놀 수 있는 거죠.

 

이 대화가 오갔을 때, 잠시 다음 쪽으로 넘어가지 못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좋았는데, 분명 좋았는데, 문득 좋지 않은 마음이 들 때가 있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을 헛되이 보냈다고 생각했던 건가? 하려던 일이 다른 것이었던 건가?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탐탁지 않았다. 그때 내가 든 마음을 저자가 콕 찝어서 답해 주었다. 그런 기분이 든 날은, 내 안부를 물어봐 준 사람이 없었던 거다.

 

이 책은 가장 큰 반전은, 1권짜리가 아니라 2권이 있다는 것. 책의 마지막에 (2권 계속) 문구를 보고 "아니 뭐야!" 라고 소리쳤으니까. 2권은 겨울 즈음 나온다고 하니 기다려 봐야겠다. 2권에서는 1권보다 무거운 감정들이 담겨 있다고 하니 기대된다.

 


책 제목 :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분야 : 시/에세이
소분야 : 한국에세이
지은이 : 백세희
출판사 : 흔
쪽수 : 208쪽
출간일 : 2018년 06월 20일
ISBN : 9791196394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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