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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가 너무 에세이 같지 않나?

 

 

이 책을 기획할 때, 독자를 너무 낮춰 설정한 것은 아니었을까. 표지나 제목을 보고서는 가볍게 읽을 에세이류 책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정신분석학 상담 내용을 소설로 풀어 쓴 책이다. 나는 좋아하는 분야니 기대 이상이었지만 가벼운 에세이류를 기대했다면 재미없고 지루했을 듯하다.

 

나의 경우에는 저자 소개를 보면서 팟캐스트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는 팟캐스트가 먼저고 이를 들은 사람이 많아져서 책으로도 나온 것일테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채사장 저)처럼 말이다. 책을 읽은 후에 팟캐스트도 찾아 보았지만 아직까지도 듣진 못했다.

 

이 책을 보며, 경민의 이야기는 마치 나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았다. 경민은 상담 중에 함께 지인들과의 일을 이야기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러다 낮에 먼저 만난 형이 저한테 '무리하지 않아도 돼'라고 하는데, 순간 이 사람들도 결국 포기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그 뒤부터 숨이 막히고 식은땀을 흘린 것 같습니다.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한다.

 

친구가 미안하다고 했지만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약속 하나 못 지키는 친구한테 실망도 했고요. 그래서 그냥 '포기'하게 됐어요.

 

한때 나도 경민처럼 생각했다. 임용고시도 떨어지고 우리 집 형편도 엉망이었다. 그때 나는 자존감이 바닥을 쳤었다.  친구를 만나는 것도 싫고, 다른 누군가와 어울리는 것도 싫었다. 인간 관계 자체를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게 너무 힘들었는데, 생각해보니 경민처럼 '내현적 자기애 성향'으로 인한 마음이 아니었나 싶다.

 

반면 경민 씨는 '과대한 자기'가 내면에 남은 채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예민하게 촉을 세우는 성격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때론 사회 활동에 소극적이고 과도하게 겸손하기도 해서 자기 자신을 쉽게 미하하는 부끄럼쟁이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마음속에는 자기 자신이 '세상 누구에게도 얕보이거나 부정적으로 평가받아서는 안 되는 존재'라는 전제를 깔고 있죠. 이런 성격을 '내현적 자기애 성격'이라고 합니다.

 

나도 경민처럼, '내가 이런 상황에 놓일 존재가 아니야.' 하는 마음이 밑바탕에 있었나 보다. 내가 아는 자기애 성향은 왕자병, 공주병 같은 나르시시즘만 알았지, 그와 다르게 표현되는 자기애 성향도 있는 줄은 몰랐다.

 

내현적 자기애 성향이란 외현적 자기애 성향(왕자병, 공주병)과는 다르지만 자기애로 인해 '다른 누구에게도 얕보이거나 부정적으로 평가받아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성향이다.

 

요즘의 나는? 글쎄. 지금은 확실히 그렇지 않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나의 모습을 인정한다. 여전히 인간 관계에서 다른 누군가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거나 이 상황을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전처럼 막연히 힘들어만 하지 않는다. 혹시 나의 자기애 성향으로 화가 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책 제목 : 어쩐지, 도망치고 싶더라니
분야 : 인문
소분야 : 심리
지은이 : 뇌부자들
출판사 : 아르테(arte)
쪽수 : 360쪽
출간일 : 2018년 03월 07일
ISBN : 9788950973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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