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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겠습니다>, <희망퇴사>처럼 책 제목부터 퇴사를 이야기하거나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하는 책들이 유행처럼 쏟아졌다. 퇴사하거나 퇴사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면 책 읽을 사람이 없나 싶을 정도로 서점가에 퇴사는 인기 주제였다. 그 틈에서 '출근'을 이야기하는 책이라니. 일단 '퇴사'하고 싶은 마음에서 이 책에서 말하는 '따뜻한 격려와 시원한 조언'이 무엇일지 궁금했다.

 

2018/10/07 - [책수다] - <희망퇴사> 누구나 사직서 한장 품고 사는 거 아니겠어요

 

뒤표지에는 '상사에게 묻기는 애매하고 동료에게 말하기조차 사소한 이야기의 해법이 넘쳐난다'고 했건만. 글쎄?

 

 

요며칠 간 책 읽을 시간이 없어서 한동안 이 책을 계속 가지고 다녔다. 지인들이 책 제목을 보더니, "김 대리 아니잖아요." 했다. 그렇다. '김' 대리는 아니다. 대리는 대리지만...

 

'25년 차 직장의 신'이라 하기에 너무 기대를 했던 탓일까. 이제 겨우 7~8년 차 수준인 나와 25년 차인 저자 사이의 간극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탓일까. '그래, 그렇게 생각하니 그렇다.'로 시작한 읽기는 뒤로 갈수록, '이거 너무 옛날 사람 마인드인데?'로 바뀌었다. 일이 괴롭고 힘들 때 회사에 두 시간 먼저 출근해서 일을 다 처리해 여유를 얻게 된 뒤로는 괜찮아졌다고 하는 에피소드나 상사와의 불화를 묵묵히 참고 견디다 상사가 위급할 때 발 벗고 나서서 도움을 주고 신뢰를 얻게 되었다고 하는 에피소드는 특히 그랬다.

 

저자의 생각은 출세나 성공을 위해서는 승진(진급)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윗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쓰고 '마음에 들어야 한다'로 읽는다)는 것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하지만 오늘날 흔한 '대리'인 내 머릿속에는 승진이나 성공 그런 단어가 없다. 내후년이면 과장 승진 대상자이지만 승진 시험을 핑계로 온갖 스트레스를 받을 것을 생각하면 그냥 만년 대리로 남고 싶을 뿐이다. 내가 특이한 상태인 것일까? (아니라고 본다.)

 

물론 회사에서의 성공을 꿈꾸는 사람은 어딜 가나 있다. 권력을 얻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단순히 회사 생활을 오래 하고 싶어서일 수도 있다. 회사란 위로 올라갈수록 그 수가 줄어드는 피라미드 구조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것도 그 회사에서 장기근속하고 싶은 사람 이야기다. 요즘처럼 스트레스 많은 날이 지속된다면 이 회사에서 오래 근무할 생각이 전혀 없다. 이렇게 마음속에 사표를 품고 있는 나에게 위로가 되는 내용이 있었다.

 

또 하나. 회사는 원래 이상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원래 그런 곳이다. 회사에서는 왜 친하다고 해도 상대방을 친구라 하지 않고 동료라고 하겠는가? 회사는 학교가 아니다. 친구를 만드는 곳이 아니라 동료와 함께 일을 하는 곳이다. 그 안에 다양하게 이상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건 자연스럽다. 당신의 상사가 지속적으로 상처 준다면 그 역시 이상한 사람이기 때문이지 전적으로 당신 잘못이라 자학할 필요도 없다.
// 03 상처 치유하기_Are you OK?

 

친한 동료들과 회사 흉을 보면서, 왜 이 회사에는 '이런 사람과 저런 사람'이 넘쳐나는 것이냐고 농담한 일이 많다. 우리 회사에만 이렇게 이상한 사람이 많은 것이냐면서. 나만(우리만)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었구나. 피식 웃음이 났다.

 

직장 선배에게 들은 바 있는 조언도 이 책에서 등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일등감이나 무기력으로 인해 지레 체념하고 뒷걸음질쳐서는 행복한 직장 생활이 영원히 어렵다. 아이라면 강제로라도 가르치거나 설득이 가능할 텐데 어른이자 직장인의 자존감은 스스로 애쓰고 노력해야 바로 세울 수 있지 않을까.
가만히 따지고 보면 누구나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임을 깨달을 수 있다. 회사에 입사해 지금까지 계속 다니고 있다는 자체가 일단 합격점이다. 인사고과도 좋지 않고, 회사에서 주목받지도 못하고, 상사에게 인정받지 못해도 괜찮다. 지난번 프로젝트가 나 때문에 실패했어도 상관없다. 그러한 실패 경험도 결국 나를 노련한 직원으로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 04 자존감_가볍게 힘 빼고, 자유롭게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이 일은 내가 좋아하는 일인가, 그저 취업하다 보니 경력에 맞춰 하고 있진 않나. 그런 고민도 하게 했다.

 

무엇보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우선되어야 한다. 여기서 해답을 찾아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일’에 대한 정의가 정확치 않다면 ‘삶’에 대한 밸런스는 의미가 없다.
가령 그 일이 너무 좋아 미친 듯이 하고 싶다, 일은 좋아하지 않지만 생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할 것이다, 나의 정체성을 증명하기 때문에, 하다못해 일하지 않으면 내가 가치 없는 사람으로 느껴져서 등등 이유는 수없이 많다. 그 일이 생각만 해도 좋다면 일에 무게추가 확 옮겨가서 인생의 대부분을 일에 쏟아부어도 상관없다. 그것 자체가 이미 밸런스이다.
// 24 일과 쉼의 균형_워라밸이 사람마다 다른 까닭

가장 행복한 선택은 좋아하는 일을 평생 업으로 삼으며 사는 것이다. 그러나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가릴 줄 알아야 하고 잘하고 싶은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을 냉정하게 구분해야 한다. 뭔지 모르겠거든 몸으로 직접 찾는 수밖에 없다. 세상에 있는 수많은 일 중에 내가 경험해본 일은 몇 가지나 될까? 그중에 반드시 내가 좋아하는 일이 있게 마련이다. 많이 경험할수록 애인 같은 일을 찾을 확률은 커진다. 지금 직장에 단단히 발 디디고 서서 최선과 열정, 그리고 호기심을 재료 삼아 다음 미래를 만들어야 할 숙제가 스스로에게 주어져 있다. 내 인생을 채울 또 다른 도전과 기쁨, 그것은 저절로 얻어지지 않는다. 온갖 정성과 기대를 담아 한 걸음씩 몸으로 부딪쳐야 한다. 미래는 정직하다.
// 34 좋아하는 일은 어떻게 찾는가_애인 같은 일 찾기

 

'미래는 정직하다.'라는 일곱 글자가 열 마디 말보다 더 마음에 와닿았다. 미래는 정직하다. 어떤 면에서 생각하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말이 맞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내가 속한 세대는 앞만 보고 달려갔던 이전 세대와 다르다. 열심히 하면 한 만큼 어느 정도 성장과 성취, 그리고 성공이 보장되던 세대가 아니다. 그러니 저자의 조언은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말하던 그 무렵에나 통하지 않았을까. 우리 시대 미생에게는 '따뜻한 격려와 시원한 조언'보다 사이다 같은 통쾌함이 필요하다. '힘들지, 조금만 참고 견뎌보자.' 하는 말보다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머뭇거리지 말고 때려치워! 참는 게 답은 아니야.' 하는 말이 듣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말이야 때려치우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기는 어려우니 말이다. 이야기 들을 때는 사이다였어도 돌아서면 고구마 백만 개는 먹은 기분이 들 게 뻔하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무척이나 현실적이다.

 

고리타분한 말이네, 요즘에도 이런 생각을 한단 말이야? 하는 부분도 분명 있었다. 그런데도 이 책을 읽으며 여러 곳에서 공감했던 것은 아직 그런 고리타분한 사람들이 내 상사로 회사에 있고, 그런 '옛날 일'들이 내게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책 제목 : 오늘도 출근하는 김대리에게
분야 : 자기계발
소분야 : 직장처세술
지은이 : 유세미
출판사 : 책들의정원
쪽수 : 300쪽
출간일 : 2018년 08월 30일
ISBN : 9791187604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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