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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북스 리뷰어(북딩 3기) 활동으로 책을 무료로 제공받았음을 미리 밝힙니다.


큰별쌤 최대성 선생님을 만난 건 2014년이었다. 첫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 아닌 백수 생활을 하고 있었다. 혹시 임용고시를 다시 보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한국사능력시험을 보기로 했다. 검색해 보니 EBS 최태성 선생님 강의가 좋다고 나왔다. 강의도 좋다는데 심지어 무료였으니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첫 강의가 미처 다 끝나기도 전에 나는 큰별쌤에게 반해버렸다. 역사 지식을 알기 쉽게 알려 주는 것은 기본, 깔끔하고 체계적인 판서가 최고였다. 최태성 선생님 강의를 따라 공부한 끝에, 한국사능력시험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시험 준비용 강의로 접했지만 그 자체로 한 편의 인문학 강의였다. 자격증'도' 취득한 것이라고 정정해야겠다. 실제로 내가 얻은 것은 자격증 취득 그 이상이었으니까.

 

그 뒤에 임용고시는 다시 보지 않았고 재취업을 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간간히 큰별쌤 말씀이 떠오르는 순간이 있었다. 가끔 채널을 돌리다 ‘역사 저널 그날’에 선생님이 출연하시는 걸 보았다. 실제로 뵌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은사님을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내게는 어느새 존경하는 선생님으로 자리 잡은 큰별쌤 최태성. 그래서 『역사의 쓸모』는 무척 반가운 책이다. 한국사 수험서나 교재가 아닌, 역사를 왜 알아야 하는지 말하는 인문학 책이어서. 수업 중 잠깐씩 해주시던 ‘삶의 지혜’가 잔뜩 담긴 책이어서.

 

역사는 삶의 해설서와 같습니다. 문제집을 풀다가 도저히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으면 우리는 해설을 찾아봅니다. 해설서를 보면 문제를 붙잡고 끙끙댈 때는 전혀 보이지 않았던 해결의 실마리를 순식간에 발견할 수 있지요.
인생을 사는 동안 우리는 늘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선택이 어떤 결고를 불러올지 알 수 없기에 그때마다 막막하고 불안하지요. 하지만 우리보다 앞서 살아간 역사 속 인물들은 이미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그 수많은 사람의 선택을 들여다보면 어떤 길이 나의 삶을 더욱 의미 있게 할 것인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 p.11

 

『역사의 쓸모』를 읽으며, 까마득한 옛날, 무려 중학교 2학년 때 역사 시간에 처음 들었던 에드워드 핼릿 카(E. H. 카, Edward Hallett Carr)의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는 말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머리로 암기하는 것 말고 마음으로 공감하고 깨달았다. ‘길을 잃고 방황할 때마다 역사에 몸을 기댔다는 큰별쌤의 이야기가 와 닿았다.

 

그러지 말고 역사 속에 들어가서 인물들과 만나보면 좋겠어요. 그들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져보세요. 꿈이 뭐예요? 왜 그런 일을 했어요? 그 선택에 후회는 없나요? 꿈이 이뤄진 것 같나요? 이렇게 물어보고 답을 상상해보는 겁니다. 나라면 어땠을까 하고 내 삶에 대입시켜서 답해보는 거죠. 그러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얻지 못했던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 p.35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시시때때로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역사를 통해서 자신의 위치를 돌아볼 줄 알아야 합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물론이고 순항하고 있을 때도 그렇습니다. 지금 정말 괜찮은가? 그냥 되는 대로 흘러가고 있는 건 아닐까? 무언가 잘못된 건 없을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맞을까? 자꾸 물어봐야 해요.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을 멈추면 그저 관성에 따라 선택하고 관성에 따라 살게 됩니다. - p.104

 

 

『역사의 쓸모』를 읽고 역사란, 심리학 사례집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 인물이 자라온 생애가 있고 그가 겪은 상황이 있고, 그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도 나오니까. 역사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곁에도 그와 같은 이는 분명히 있고...

 

누구의 주장이 옳고 그른가를 판단하는 일보다 선행되어야 할 일은 상대가 왜 그런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를 헤아려보는 것 아닐까요? 역사를 공부함으로써 서로의 시대를, 상황을, 입장을 알게 된다면 우리의 관점도 달라질 겁니다. 타인에 대한 공감은 바로 그곳에서 시작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 p.146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역사에 부끄러운 사람이다. 남들처럼 나서서 ‘옳은 일’을 위해 싸우지 않았다. 그저 방 안에서 지켜보며 대단하다고 박수나 보낸 게 고작. 항상 역사에 신세 지며 살았다. 그래서 『역사의 쓸모』를 다 읽고 나서, 부끄러웠다. 역사가 내게 가져다준 것은 이렇게 많은데 나는 그 물음에 응답하며 살았을까. 

 

감히 말하자면, 『역사의 쓸모』는 역사를 왜 공부해야 하나요? 질문하는 사람뿐 아니라 그 질문조차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 내 삶은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요? 고민하는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 내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망설이는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 모든 사람이 곁에 ‘역사’라는 해설서 하나 마련했으면 좋겠다.

 


책 제목 : 역사의 쓸모
분야 : 인문
소분야 : 인문교양
지은이 : 최태성
출판사 : 다산초당
쪽수 : 296쪽
출간일 : 2019년 06월 14일 
ISBN : 979113062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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