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철수(차승원 분)에 관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이 글의 가장 마지막에는 결말 내용도 포함하며, 결말은 언급 전 다시 경고합니다.
극장에는 <타짜: 원 아이드 잭>을 예매하고 간 것이었다. 영화 시간을 기다리며 매표 전광판이 보이는 카페에 앉아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아빠가, “차승원 영화 개봉했네?” 하셨다. 몇 주 전 아빠와 함께 영화 관련 TV 프로그램에서 <힘을 내요, 미스터리>를 봤던 터였다. 아빠는 차승원 팬이다. 물론 나도 차승원을 좋아하고 그의 개그 연기도 좋아한다. 그런데 이 영화를 선택하지 않은 건,
스포일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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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반전 결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영화가 대구 지하철 참사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가뜩이나 잘 우는 편이라서, 추석 연휴에 눈물 콧물 빼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아빠 눈치가 <타짜: 원 아이드 잭>보다 <힘을 내요, 미스터리>를 더 보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았다. 시간표를 보니 <힘을 내요, 미스터리>는 30분 정도 뒤에 상영하는 것이 있었고, 마침 자리도 있었다.
“영화 시작 3분 남았어, 타짜 취소해?”
“응.”
내 질문에 한치의 고민도 없이, <힘을 내요, 미스터리>를 보겠다고 답하셨다. 후다닥 표를 바꿨다.
영화 <럭키>가 떠오른 장면
<힘을 내요, 미스터리>의 감독 이계벽은 영화 <럭키> 감독이기도 하다. <럭키>는 배우 유해진이 기억상실에 걸린 킬러 형욱을 맡아 열연했던 코믹 영화다. 그래서인지 배우가 조금 겹치기도 하고, <럭키>가 떠오르는 장면도 있었다.
먼저,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철수가 칼국수 면을 뽑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철수는 가게 밖에서 볼 수 있도록 통유리로 된 주방에서 멋지게 면을 밀고 칼질한다. 가게 밖에서 여러 손님들(주로 여성 손님)이 감탄하며 바라본다. <럭키>에서 형욱이 김밥을 말고 칼질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배우 전혜빈은 <럭키>에서 막 연기를 시작한 형욱의 상대배우 역으로 특별출연했었다. 이번에 <힘을 내요, 미스터리>에서는 철수 동생 영수의 아내인 은희 역을 맡았다. 은희가 영수에게 철수의 위치를 전화로 전달하는 장면이 나온다. 대구 조폭 부하가 조폭 보스에게, 조폭 보스는 김씨에게, 김씨 통화를 듣고 은희가 영수에게 이어지는 전화 건너 건너 건너 대화가 우습게 연결되는 장면이었다. 과거 조폭이었던 김씨가 대구 조폭 부하에게 육두문자를 날리며 통화하고, 이를 옆에서 은희가 듣고 “너무 무서워~”라는 대사를 던진다. 이 대사는 <럭키>에서 형욱이 대사 치는 것을 듣고 상대배우가 던진 “너무 무서워요~”와 같은 대사, 같은 톤이다. 같은 배우가 두 영화에서 같은 대사를 한 것.
줄거리
철수(차승원 분)는 동생 영수(박해준 분)네 칼국수 집에서 일한다. 쉬는 시간에는 김씨(안길강 분)가 운영하는 동네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는 몸 좋은 바보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착한 바보이기도 하다. 어느 날, 희자(김혜옥 분)가 길 안내를 부탁하고 그 차에 타 길 찾기를 도와주지만, 사실 희자는 그의 장모로, 그를 병원으로 데려간다. 철수의 딸이자 희자의 손녀인 샛별(엄채영 분)이가 백혈병 투병 중이었기 때문에...
철수와 샛별이는 서로 부녀 간이라는 청천벽련 같은 이야기를 듣는다. 철수를 찾아 병원으로 달려온 영수는 희자에게, 우리에게 그러면 안 되지 않냐고 화를 내고 철수와 함께 자리를 뜬다.
다음 날, 철수는 샛별이에게 줄 과자를 사들고 다시 병원을 찾는다. 샛별이는 친구에게 이승엽 사인볼을 생일 선물로 주려고 대구로 몰래 도망가려던 차였고, 철수가 따라나선다.
대구로 내려간 철수와 샛별이는 신용카드를 도난 당하고, 음주운전자에 동승한 탓에 경찰서로 연행되는 등. 여러 수난 속에서 정을 쌓는다. 경찰관이 알려준 맛집에서 이승엽 선수를 만나 사인볼을 얻는다. 샛별이 친구에게 사인볼을 전해주고 돌아가는 길에, 상태가 안 좋아진 샛별이는 결국 쓰러진다.
결말
완전 스포일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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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별이를 병원으로 옮기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닌 철수는 중앙로역 앞에 다다른다. 그리고 중앙로역을 내려가자 기억 속에 있던 트라우마가 되살아난다.
본래 철수는 대구에서 소방관으로 근무했다. 대학병원 의사였던 혜영(신현빈 분)과 결혼하려 한다. 혜영의 엄마인 희자는 둘의 결혼을 반대하지만 그때 샛별이를 임신 중이었던 혜영은 철수와 함께 떠난다. 만삭이 되어서야 혜영은 희자와 화해하고, 희자는 혜영을 만나러 대구로 내려온다. 혜영은 희자를 마중 나가러 지하철은 탄다.
같은 날, 근무 중이던 철수는 중앙로역으로 출동하고, 이미 검은 연기가 지하철을 뒤덮은 상황. 사고 현장에서 김씨를 비롯, 여러 사람을 구한다. 그 와중에 중앙로역 앞에서 초조하게 서 있는 혜영과 마주치고, 혜영이 사고 현장에 있음을 직감한다. 다시 사고 현장으로 돌아가 혜영을 만나지만 검은 연기 속에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쓰러진다. 뒤늦게 두 사람이 구조되지만 연기를 많이 마신 탓에 철수는 바보가 되고, 혜영은 세상을 떠난 것. 다행히 뱃속의 아이는 제왕절개로 꺼냈고 그게 바로 샛별이다.
중앙로역에 쓰러진 철수와 샛별이는 구조되어 서울 병원으로 실려온다. 이때 김씨 부하들 도움을 받고, 이 일로 뉴스에 철수가 대구지하철 참사에서 여러 사람을 구한 소방관이었음이 밝혀진다. 다시 서울로 돌아와 입원한 샛별이. 하지만 철수와 골수가 맞지 않아 골수이식이 어렵게 된다. 그러나 철수에게 구조받았던 이, 대구 시민 등 많은 인파가 부녀를 위해 골수 검사에 나선다.
쿠키영상
스케치 그림들로 엔딩크레딧이 채워지는데, 이때 보너스 영상이 하나 있다. 다 나은 것을 암시하듯, 머리도 기르고 학교를 다니는 샛별이. 철수는 샛별이를 마중 나오고 또 투닥투닥(그러나 애정이 넘치는) 부녀의 모습이 나온다.
스포 가득한 후기
역시나 중반 이후부터는 눈물 콧물 다 빼고 나왔다. 앞부분에서도 철수의 부성애에 찡한 장면이 가끔 나오긴 하는데, 참을만했다. 그런데 철수의 과거가 등장하는 부분 이후에는 그냥 펑펑 울었다. 알고 봤는데도 참;; 옆에서 고등학생 남자애들 몇몇이 소란스럽게 앉아 있었는데, 그들도 중반 이후부터는 우는 건지 조용하더라.
영화를 보고 나와서 문득 생각했다. 요즘 애들이 대구지하철 참사를 알까? 그때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그 사건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제대로 법의 심판도 받지 않고 죽어버린 방화범 때문에 더 화가 났던 기억도 있다.
추석 연휴에 마음껏 웃으러 극장을 찾은 관객에게는 실망인 영화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용을 알고 본 나는 볼만했다. 아빠는 차승원 나오는 코미디 영화로 알고 보셨는데도 괜찮았다고 하셨다. 심지어 이런 영화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눈물 났다고까지 하셨다.
그런데 영화 끝나기 10~15분부터 펼쳐지는 철수와 골수가 맞지 않아 벌어지는 일은 조금 지루했다. 물론 나는 펑펑 울긴 했는데... 철수에게 도움받은 시민들의 도움으로 샛별이가 낫는다는 내용을 넣고 싶었나 보다. 그 장면까지 달려가니, 좋은 내용이긴 하지만 조금 과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굳이 안 넣어도 그동안 충분히 감동적이었는데 말이다.
영화제목 : 힘을 내요, 미스터리
영문제목 : CHEER UP, MR. LEE
장르 : 코미디 (슬픈 반전 있음)
감독 : 이계벽
출연 : 차승원, 엄채영, 박해준
상영시간 : 111분
등급 : 12세이상관람가
개봉일 : 2019년 9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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