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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임용고시 공부를 할 무렵, 친구들과 이런 농담을 한 적이 있다.

 

영어를 하도 안 써서 스쿨의 스펠링이 기억나질 않는다. 소문자 디가 어느 쪽으로 배가 나왔더라?

 

그저 농담이었지만 이대로 계속 영어를 안 쓰다 보면 정말 그렇게 될 것 같았다. 한국 땅에서 살면서 한국 사람들과만 소통하는 사람이라면 영어 공부는 할 필요가 없다. 굳이 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신조(?)로 영어를 외면하고 살았다. 아마도 마지막으로 영어 공부를 했던 건 대학교 1학년 때 교양 수업일 것이다. 게다가 나는 한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전공이었으니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욱 영어와 담을 쌓게 되었다.

 

직장 생활에서도 영어는 그다지 쓸 일이 없었다. 그 어렵다는 취업 시험을 보지도 않았고, 아르바이트를 하다 어물쩡어물쩡 취직을 하게 된 경우여서 그 흔한 토익 점수도 없다. 토익을 응시조차 해본 적이 없는 토익 무뇌아에 가깝다. 토익 만점이 몇 점이지? 할 정도로 무지하다. 물론 저 말이 토익 학원의 홍보글로 자주 등장하면서 990점이 만점인 것이나 나 같은 애들은 신발 사이즈 점수부터 시작한다는 것 정도는 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험 내용은 모른다. 요즘에는 스피킹도 추가되었다지? 더 모르겠다.

 

그러다 이제는 영어가 필요한 회사에서 일하게 되었다. 내 업무에 바로 연결되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영어를 못하니 불편한 점이 너무 많았다. 번역기나 사전의 힘을 빌리긴 하지만 그렇게 찾아가며 일하다 보니 일이 너무 더뎠다. 답답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가끔 공항철도를 이용하기도 하는데, 자꾸 외국인이 나에게 말을 건다. 길을 물어본다거나 열차를 맞게 탔는지를 확인하려고 한다. 내용은 대강 알아 듣는데, 제대로 답해 주지 못하는 게 문제였다. 손짓 발짓 써가면서 겨우 말하고 돌아서는데 어딘가 찜찜했다.

 

그래서 <몰입 영어>를 읽었다. 영어를 잘하는 비법이라도 있나 해서.

2018/10/08 - [책수다] - <몰입 영어> 황농문 교수님의 몰입 영어공부법


내가 모르는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내가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은 내용으로 가득했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전화 영어'를 검색했다. 네이버 검색화면에서 웹사이트로 첫 번째로 나온 곳이 바로 '스피쿠스'였다. 이전에도 전화 영어에 도전해 볼까 해서 이곳 저곳을 방문하며 횟수는 얼마며 가격은 얼마며 엑셀로 정리도 했다. 하지만 결국 결제까지는 하지 않았다. 탐색만 하고 실천은 또 안 한 셈이었다.

 

 

이번에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첫 번째 들어간 그곳, 스피쿠스 회원가입을 했다. 회원가입을 하니 레벨테스트 쿠폰을 주길래, 레벨테스트를 신청했다. 퇴근 이후 시간으로 예약했는데, 퇴근하고 돌아오면서 전화벨이 울리기까지 얼마나 두근두근했는지 모른다. 외국인과 전화로, 손짓 발짓도 못하게 전화로!! 이야기를 하게 되다니.

 

1. 간단히 자기소개 하기

2. 예문을 읽어 주면 따라 읽기

3. 질문에 답하기

4. 제시한 단어로 문장 만들기

(순서가 맞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미리 자기소개를 준비해 두면 좋다는 글이 있어서 미리 몇 문장을 준비했지만 길게 말하지 않고 그냥 지나갔다. 내 소개에 덧붙여 선생님이 몇 마디 질문을 던져서 대답하기 바빴다. 생각보다 음질이 좋지 않아서, 그 탓에 못 들은 건지 내가 정말 몰라서 못 들은 건지 긴가 민가 했다. 나중에 전화 온 상담 선생님의 설명에 의하면, 레벨테스트를 해준 선생님이 홈에서 일하는 분이라서 그랬다고 한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분이 90% 이상이라 본 수업 때에는 괜찮을 거라고..

 

레벨은 내 예상 대로 초보 초보 왕초보를 받았다. 베이직코스를 추천받아서 2회 무료 수강권으로 베이직코스 체험 신청을 했다. 날짜를 여유롭게 잡으면 또 미룰 것 같아서 당장 내일부터!!

 

떨린다. 잘할 수 있을까?

아니다. 잘하진 못하더라도 앞으로 이 마음 잊지 않고 꾸준히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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